43. 3만 명 앞에서 느낀 전율, 시민배우의 순간

by 오박사

매년 5월, 밀양에서는 ‘아리랑 대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1957년부터 시작된 밀양의 대표 행사로, 2015년 ‘밀양강 오딧세이’를 계기로 더욱 널리 알려졌다. ‘밀양강 오딧세이’는 밀양 시민들이 직접 배우가 되어 공연과 퍼포먼스를 펼치고, 여기에 멀티미디어쇼가 더해져 화려함을 선사한다. 첫 해부터 극찬을 받은 공연이었다.


2016년에도 ‘밀양강 오딧세이’를 위한 시민배우 모집이 있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모집 광고를 본 순간, 화면에 시선이 꽂힌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평소 연기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시민배우’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 밀양 시민만 지원할 수 있는지 확인했는데, 밀양에 직장을 두고 있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했다. 망설임 없이 밀양시 홈페이지에 접속해 지원서를 작성했고, 일주일 뒤 시민배우로 선발되었다. 이후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시민배우 설명회에 참석했다.


대강당은 1,000여 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구에서 명단 확인을 하고 있는데, 접수대 옆에 있던 한 여성이 내 이름을 듣고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기에 당황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극단밀양’의 기획실장이라고 소개했다. ‘극단밀양’은 직장인들로 이루어진 극단으로, 밀양강 오딧세이 운영진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내 지원서를 보고 경찰이 연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신선해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단에 들어와 함께 활동할 생각이 없냐고 제안했다. 더 많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덕분에 첫 공연부터 중요한 배역을 맡게 되었다. 밀양에는 이름난 독립운동가들이 많은데, 그 중 한 인물을 연기하게 된 것이다. ‘밀양강 오딧세이’는 총 3막으로 구성되며, 마지막 3막은 독립군과 일본군의 전투 장면이다. 화려한 전투 장면도 인상적이었지만, 모두가 전사한 뒤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욱 큰 울림을 주었다. 나는 3막의 핵심 인물 세 명 중 한 명이었다. 한 달 동안 이어진 연습은 늘 같은 장면의 반복이었지만, 호흡을 맞추고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워 전혀 지겹지 않았다. 무엇보다 극단 사람들을 포함해 다양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소중했다.


드디어 공연 주간이 다가왔다. 목요일 전야제에서는 리허설 형식으로 일부 공연만 선보였는데, 무대 뒤에서 대기하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 긴장됐다. ‘혹시 실수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동료 배우들과의 대화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전야제임에도 객석은 만여 명으로 가득 찼고, 수많은 시선이 우리를 향하는 순간 두려움과 짜릿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공연이 시작되자 우리는 연습한 대로 호흡을 맞춰 움직였다.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했고,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벅찼다.


본 공연 날에는 3만여 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박수와 함성은 공연 내내 이어졌고, 그 소리에 전율이 온몸을 감쌌다.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들이 장엄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며 주먹을 쥔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자, 관객들은 아이돌 공연장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처럼 열광했다. 숨 가쁘게 무대를 마주하며 느낀 벅찬 감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 달 넘게 후유증에 시달렸다. 여전히 환청처럼 함성이 들려오는 듯했고, 나도 모르게 계속 노래를 흥얼거렸다. 공연이 끝나버린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다행히 아쉬움을 잊게할 소식을 들었다. 다시 한 번 전율을 느낄 수 있는 또다른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다리는 순간 순간이 설렘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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