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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사이버범죄, 낯선 주제와의 첫 만남

by 오박사

나는 강의할 때가 참 좋다. 내가 무언가를 말하면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 주는 모습이 좋고, 그들의 시선과 표정이 내 이야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좋다.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강의의 진정한 매력이다. 그래서 강단에 설 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전해야 그들에게 진짜 도움이 될까?’ 늘 고민하며 최선을 다한다.


강의가 끝난 뒤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면 뿌듯함과 짜릿함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중 가장 좋은 피드백은 다시 강의 요청이 들어오는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강의가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나는 그 짜릿한 순간을 맛보게 되었다.


출근해 업무를 보던 중 사무실 전화벨이 울렸다. 055-233으로 시작하는 번호였는데, 경남 창원 지역 번호라 경남경찰청에서 걸려온 전화일 거라 생각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한 남성이 “혹시 오종민 경사님 계신가요?”라며 나를 찾았다. 자신은 경상남도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라며, 강의를 의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진주시 SNS 서포터스를 대상으로 내가 강의할 때 그 자리에 있었는데, 강의가 재미있고 기억에 남아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경남 진주에 전 도내 공무원들을 교육시키는 교육기관인 인재개발원이 있는데, 사이버범죄 관련 강의를 부탁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일정은 3월 5일로 잡혀 있었다. 전화를 받은 날이 1월 말이었으니 한 달 남짓 시간이 있었다.


문제는 내가 사이버범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무대에서 강의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는 마음으로 선뜻 수락해 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사이버범죄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 무슨 배짱으로 승낙한 거지?’라며 자책이 밀려왔다. 강사로서 모르는 분야를 아는 척하며 강단에 서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기에 후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죄송하지만 못하겠다고 말씀드려야지’라며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가 결국 내려놓았다. ‘그래, 한 번 해보자. 한 달이면 공부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결심이 굳어졌다.


그때부터 경찰청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사이버범죄 관련 강의를 구독했고, 시중에 나온 관련 서적도 사서 꼼꼼히 읽었다. 공부하면 할수록 사이버범죄라는 주제는 생각보다 흥미로웠고, 강의 소재로도 매력적이었다. 당시 스미싱 범죄가 급증하던 시기라 사례도 풍부해 강의 자료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강의안을 완성한 뒤에는 수강생의 입장이 되어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현직 사이버범죄 수사관들에게 전화를 걸며 해답을 구했다. 질문에 막히는 것은 강사로서 자격미달이라 생각했기에, 모든 질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마지막에는 강의 순서를 PPT 없이도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외워냈다. 그리고 드디어, 출격 준비가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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