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젊은 세대의 정신질환 신고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30대 초반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이들은 평소 우울을 겪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조현증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부모들은 처음엔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고 약도 꾸준히 복용시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며 결국 자녀와의 관계가 악화된다. 그러다 끝내 자녀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왜 이렇게 젊은 세대에서 정신질환 유병률이 높아지는 걸까. 『트렌드 코리아 2026』을 보다가 '감정의 표준화'라는 개념에서 하나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감정의 표준화란 부정적인 감정을 죄악이나 문제로 여기고, 늘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뜻한다. 불안, 초조, 우울 같은 감정은 마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증거처럼 여겨지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취급된다.
하지만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이 반복되며 개인을 지배하고, 결국 자신을 세상의 부적응자로 느끼게 만든다. 부모나 친구, 교사 등 주변 사람들 역시 이 감정을 ‘고쳐야 할 문제’로 바라보며 과도하게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잘나가 보이는 사람,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아프고 슬프고 우울할 때가 있다. 차이는 그 감정을 문제로 여기느냐,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느냐다. 건강한 사람들은 잠시 찾아온 감정을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 충분히 느끼고, 자기 안에 머물게 한 뒤 서서히 흘려보낸다.
부정적인 감정은 본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감정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감정이 불필요하고 해로운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 슬픈 일과 즐거운 일이 함께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쁜 감정이 드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마음이 아프고 우울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감정을 억지로 교정하려는 마음이 나를 더 아프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