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 책임은 생각보다 나를 덜 아프게 한다

by 오박사

회사에서 실수를 저질렀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모를 때가 있다. 그 대신 다른 사람이 책임을 떠맡게 되는 상황도 있다. 친구와 장난을 치다 문제가 생겼는데, 나만 그 자리를 벗어나고 친구 혼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경우도 그렇다. 일상 속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하지만 그 순간의 비난과 질책이 두려워 책임을 회피하고 뒤로 숨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분명 그때는 질책을 피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로 죄책감, 혹시 들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 나 대신 비난받은 이에 대한 미안함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결국에는 그것을 ‘내 탓은 아니다’라고 합리화하는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진다. 더 큰 문제는, 바로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 일이 예상보다 크게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 자리에서 책임지려는 선택을 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생각보다 큰 비난이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책임지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사람은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 상황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본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해결책을 떠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은 모든 신경이 ‘책임을 피하는 것’에만 쏠린다. 그러다 보니 문제의 원인도, 해결책도, 재발 방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책임지려는 마음을 가지면 대책을 고민할 수 있고, 적어도 더 큰 문제로 이어지기 전에 상황을 멈출 수 있다. 질책하려던 상대 또한 그 태도를 알아보기에, 오히려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책임지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진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흔들리지도, 도망칠 이유도 없다. 그 사람은 이전보다 단단한 돌덩이처럼 변하고, 그 경험은 거름이 되어 이후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책임이 지닌 진정한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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