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실수를 저질렀지만, 입을 꾹 닫고 있으면 아무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혹은 친구와 장난을 치다 문제가 생겼는데, 슬쩍 그 자리를 벗어나 친구 혼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 경우도 있죠. 이처럼 일상 속에서는 내 행동에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얄궂은 순간들이 생각보다 자주 찾아옵니다.
그 순간 쏟아질 비난과 질책이 두려워 비겁하게 뒤로 숨어본 경험, 아마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당장은 매서운 추궁을 피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직후부터 시작되는 불편한 감정들은 결코 우리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나 대신 비난받는 이에 대한 짙은 미안함, 행여나 들키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 불안감. 결국에는 '내 탓만은 아니야'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옹졸한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마음은 지옥이 됩니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초기에 바로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쳐 작은 실수가 걷잡을 수 없이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 두려운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고 '내 책임'이라고 인정하는 선택을 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지레 겁먹었던 것만큼 가혹한 비난이 쏟아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온전히 책임지겠다고 마음먹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상황을 직시한다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본다는 뜻이며, 이는 곧 엉킨 실타래를 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의 신경은 오직 '어떻게 빠져나갈까'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문제의 진짜 원인이나 해결책, 재발 방지를 고민할 여력이 없습니다. 반면, 기꺼이 책임의 무게를 짊어지려는 사람은 대책을 강구하게 되고, 적어도 더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상황을 멈춰 세울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호통을 치려던 상대방조차 잘못을 시인하고 수습하려는 그 책임감 있는 태도를 알아보고 오히려 너그럽게 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책임을 지겠다고 결단하는 순간, 요동치던 마음은 거짓말처럼 편안해집니다.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불안에 떨며 흔들릴 필요도, 쫓기듯 도망칠 이유도 없습니다. 그 결단의 경험은 사람을 단단한 바위처럼 빚어내고, 훗날 어떤 거센 풍파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거름이 됩니다. 회피할 때는 한없이 두렵게만 느껴지던 것, 그것이 바로 기꺼이 짊어졌을 때 나를 훌쩍 성장시키는 '책임이 지닌 진정한 무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