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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은 뚱뚱하다??

by 오박사

보통 조폭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대부분의 조폭들은 덩치가 크고 뚱뚱하다. 살을 찌워서 상대를 위압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경찰이 될 당시에도 조폭 영화들 속의 조폭들은 늘 그랬다. 밀양에도 한때 조직폭력 단체가 있었고, 내가 경찰이 되었을 때까지는 존재했다.


파출소에 근무를 할 때, 한 번씩 수배자 명단이 내려올 때가 있었다. 그러면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해 수배자가 있을만한 장소를 여기저기 탐문하러 다닌다. 집부터 자주 가는 곳까지. 간혹 PC방이나 당구장 같은 곳에서 수배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순경이었던 나에게도 할당이 떨어졌고, 초임 시절 패기로 똘똘 뭉친 나는 수배자를 꼭 잡고야 말겠다는 패기로 길을 나섰다. 그 수배자는 폭력으로 수배가 되어있었고, 나 빼고 웬만한 선배들은 다 아는 그런 조폭의 일원이었다. 나는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그가 자주 가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그 체육관은 우리 파출소 관내에 있었다. 나와 사수는 체육관 건물 앞에 순찰차를 주차했고, 사수는 나에게 혼자 다녀오라고 말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알겠다고 답하며 건물 2층에 있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나는 그때 그 체육관이 어떤 곳인지를 전혀 몰랐다. 체육관 문을 여는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건장한 덩치의 남자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갑자기 근육이 우락부락한 남자 몇이 더 다가왔다. 그들의 몸에는 나 조폭이요라고 뽐내는 듯이 어마어마한 문신들이 가득했다. 나는 순간 그들의 위압적인 모습에 할 말을 잃었지만, 그래도 순경의 패기로 당당하게 '누구 씨 있나요?'라고 물었고, 당연히 그들은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알겠다고 말한 후 얼른 문을 닫고 계단을 빨리 걸어 내려왔다. 솔직히 무서웠다. 아무리 패기가 넘친다고는 하지만, 내 체격은 왜소했고 그들을 혼자 감당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순찰차에 탔을 때 사수의 얼굴에는 웃겨 죽겠다는 표정이 가득했고, 나는 그 사수가 일부러 나를 혼자 보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알았던 것이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그리고 그 날 나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깨달았다. 조폭이 뚱뚱하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날 내가 본 그들은 죄다 근육질에 날렵해 보였다. 역시 영화는 재미로 봐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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