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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님과 악수하다

by 오박사

2007년도에 경장으로 승진해서 전경대로 발령날 순번이 되었다. 전경대는 지금은 사라져 버린 전투경찰이라는 대원들이 소속된 부대로 주로 집회, 시위 현장에 나가는 부대를 말한다. 밀양에 508 전경대와 장유에 502 전경대가 있었는데, 희망 1순위를 508로 쓰고, 2순위를 502로 썼는데 장유에 있는 502 전경대로 발령받았다. 처음엔 1순위가 아닌 2순위 희망지에 발령이 났기 때문에 실망했는데, 막상 발령을 받고 보니 502 전경대가 집에서 훨씬 가까웠고 근무여건도 훨씬 좋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502 전경대는 여타 전경대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 당시 대통령이시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부모님 묘소를 지키는 부대라는 점이었다. 김해 봉하마을에 묘소가 있는데 그 앞에 컨테이너 박스를 하나 설치해 놓고 경찰관 1명과 전경대원 3명이서 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산소 앞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정말이지 지겨운 일이었다. 근무 외 휴식 시간에는 tv를 보거나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대원들과 함께 봤다. 그나마 가장 재밌었던 것은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가 있었는데 당시 유행이던 피파 게임을 한 것이다.


선영 근무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야간에 화장실을 가는 것이었다. 화장실이 컨테이너에서 약간 떨어져 있었는데 무덤가에서 불빛 하나 없는 밤에 화장실을 간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나는 귀신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것이 더더욱 힘들었다.


그렇게 근무를 서던 어느 날 명절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님이 선영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방문 날짜가 내가 근무하는 날이었다. 군대나 경찰 같은 계급체계로 구성된 조직은 대통령님의 방문 같은 큰 행사에 엄청 민감하다. 청소도 많이 해야 하고, 혹여나 근무 중 실수라도 할까 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그런데 그날 내가 근무라니!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큰일이라도 나겠나 싶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드디어 그날이 왔다. 대통령님 내외가 탄 차량행렬이 다가와서 컨테이너 앞쪽에 주차를 했고 경호원들과 대통령님이 나와 대원이 서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대통령님을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라서 굳어버렸다. 거대한 산 하나가 나에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분명 왜소한 체격을 가진 분이었는데 다가오는 그의 뒤에 정말 거대한 산 하나가 보이는 듯했다. 나는 기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그날 처음으로 기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대통령은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다른 대통령들도 다 이런 기를 가지고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그렇게 커다란 기운을 느낀 나는 경례를 한 후 그와 악수를 했다.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내가 대통령과 악수를 하게 되다니! 그렇게 그분과의 만남은 끝이 났고, 나는 한동안 그 기운을 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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