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중 가장 위험한 경우는 교통사고 처리, 음주단속 등 차도에 있을 때다. 차량 운전자가 술을 마셨거나 잠시 한눈만 팔아도 우리를 덮치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나도 음주단속 중 사고를 당할 뻔했다. 음주 차량이 도망가려 했고 그때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차량 앞을 막아섰다. 그대로 나를 치고 도망갔더라면 아마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다. 단속을 할 경우 차량이 도주하려 하면 절대로 앞을 막아서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한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에 있으면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제복을 입은 순간 이상하게도 초인이 되려고 한다. 그리고 이성보다 본능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한 번 죽을 뻔했다.
파출소 야간 근무 중 신고가 들어왔다. 한 남성이 길에서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였다. 신고 장소가 파출소 바로 앞이었기 때문에 걸어서 출동했다. 겨울밤이었기 때문에 두터운 점퍼에 장갑까지 낀 채로 그와 만났다. 그는 술에 취해 있었고 임금 문제로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손에는 돌돌 말린 신문지를 들고 있었다. 길쭉한 것이 꼭 몽둥이 같아 보여 ‘맞으면 아프겠다.’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화가 난 그를 달래 가며 파출소까지 동행했다. 파출소에서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신문지를 우리에게 건넸다. 우리는 말려있는 신문지 안을 들여다봤고 순간 깜짝 놀랐다. 그 안에는 길쭉하고 잘 갈린 회 칼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만약 현장에서 그와 다툼을 했다면 그 칼에 찔렸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두꺼운 점퍼라도 한 방에 뚫고 들어올 것 같이 뾰족하고 길었다. 그는 횟집 주방장이었는데 주인이 돈을 주지 않아 홧김에 죽여 버릴 생각에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 칼의 희번덕임은 아직도 내 뇌리에 그대로 박혀있다. 그렇게 난 또 한 번 죽을 뻔했다.
마지막 상황도 파출소 야간 근무 때의 일이다. 그날은 유독 신고가 많았다. 밤새도록 신고가 이어졌고 날이 밝아왔다. 아침 7시경 순찰차를 강변도로가에 세워두고 잠시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에 또 신고가 들어왔다. 한 병원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였다. ‘끝까지 나를 괴롭히는구나.’라고 한숨을 쉬며 출동했다. 순찰차를 세워둔 곳이 화재 현장 근처였기 때문에 1분 30초 만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병원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보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가 도로를 가득 채웠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대형 화재라는 것을 직감했고 서둘러 지원 요청을 한 후 후임과 함께 순찰차에서 내렸다. 내 앞까지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에 숨을 쉬기가 어려워지던 순간 뉴스가 떠올랐다. 사람을 구하러 건물로 들어간 경찰이 순직했던 뉴스였다. ‘나도 오늘 여기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할 일을 해야 했다. 지원이 올 때까지 우리가 할 일은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게 양쪽 도로를 통제하는 것이었다. 나는 후임에게 이쪽 도로를 막으라고 한 후 반대쪽 도로로 뛰어갔다. 우리는 양쪽 도로를 완전히 통제한 후 소방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차량을 우회시켰다. 물론 사람들도 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렇게 몇 시간을 현장에서 뛰어다녔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8시가 근무교대 시간이었지만 계속 현장을 지키느라 11시가 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집에서 코를 풀었는데 계속 검은색 분진 같은 것이 묻어 나왔다. 몇 번을 닦았는지 모른다. 그걸 보니 처음 출동한 현장이 다시 떠올랐다. 아찔했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죽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