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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Dec 23. 2020

외로움을 이용한 SNS범죄

13장

세상은 점점 외로워지고 있다. 이혼율이 증가하고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혼밥을 먹는 사람들이 낯설지도 않다. 혼자 있는 사람들은 점점 스마트폰과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연인 이상일지도. 그런 이들을 노리는 범죄가 있다. 바로 '로맨스 스캠'이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의미하는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의미하는 '스캠'의 합성어다. 외롭거나 호기심 많은 사람들 마음을 공략하는 신종 사기수법인 셈이다. 


SNS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모르는 이들과의 소통이 아닐까? 그리고 마음에 맞는 이들과의 소통을 유지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친구를 끊으면 그만인 것도 매력이다.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고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매력이기도 하지만 단점도 된다. 우리가 가족, 친한 친구와 하루에 대화를 얼마나 할까? SNS에서 만나는 친구는 아침부터 밤까지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 이것이 며칠만 이어져도 정이 생기게 된다. 나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로맨스 스캠은 이런 점을 이용한다. SNS상에서 멋있는 사진으로 도배한 외국인이 친구 신청을 걸어온다. 친구 신청을 받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람의 피드 창을 먼저 검색한다. 그리고 호감이 생기면 친구 수락을 받아준다. 우리에게 친구 신청을 걸어오는 외국인의 피드 창에는 주로 군인, UN 마크가 있는 곳에서 일하는 사진, 우주인, 의사, 정치인, 사업가 등의 사진이 도배되어 있다.  

이렇게 친구가 되고 나면 그들은 쪽지를 보내온다. 영어로 말을 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는 척 말을 건다. 실제 필자가 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나는 한국 출신이지만 영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영국인과 결혼했는데 유감스럽지만 한국말이 명확하지 않아 영어를 쓸 수 있습니까?" 그러고는 카카오톡으로 대화하고 싶다고 카카오톡 아이디를 보내기도 한다. 피해자들은 처음에 호기심에 그들과 대화에 응한다. 그들은 오만가지 감언이설로 피해자들을 유혹한다. 자신이 UN에서 일을 한다던가 아프간에 파견을 나가는 군인이라던가 혹할 만한 이야기들을 던져댄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점점 호감이 생기게 되면 이들은 작업을 시작한다.

이들의 수법은 다양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꼽자면 "퇴직금을 금으로 받았는데 한국에 보낼 테니 수수료가 필요하다. 먼저 붙여달라", "한국으로 가서 당신과 살고 싶다. 짐을 먼저 부칠 테니 통관료를 좀 내달라"

"외국에 억류되어 있는데 돈을 보내면 풀어준다고 한다 나중에 돈을 줄 테니 먼저 좀 보내달라" 등이다. 

결국 모든 대화는 돈으로 끝난다. 그들에게 마음을 준 피해자들은 돈을 돌려준다는 말에 속아 거액의 돈을 송금해준다. 결국 돈도 잃고 마음의 상처까지 이중으로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정말 찰거머리 같은 끈질김도 가지고 있다. 친구 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또 다른 계정으로 친구 신청을 한다. 프로필 사진을 잘 살펴보면 이름만 바뀌어있고 사진 속의 인물은 동일하다. 이들이 사용하는 사진들은 모두 구글에서 퍼온 사진들이다. 타인의 사진과 타인의 이름을 도용해서 피싱을 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똑같은 사람의 모습으로 이름만 바꿔 수십 번이나 친구 신청이 들어왔다. 


이들이 계정을 계속 바꿀 수 있는 원인은 우리에게 있다. 많은 사람들이 SNS를 하다가 재미가 없거나 관심이 떨어지면 아무 조치 없이 빈 계정으로 방치한다. 이들은 이런 계정을 해킹해서 자신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SNS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계정을 삭제하거나 일 시간 정지를 시키는 것이 좋다. 또 이런 로맨스 스캠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SNS에서 무분별한 친구 추가를 자제하고, 인터넷상으로만 교제하는 경우 부탁을 가장한 입금 요구에 응하지 않아야 한다. 또, 상대방이 선물 발송을 빙자로 보낸 배송업체 사이트 URL 접속을 하지 않아야 하고 어플을 깔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는 더욱 외로워지고 있다. 하지만 돈을 보내라고 하는 사람은 그 외로움에 오히려 독을 푸는 사람이란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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