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현장에서 사람들은 누구 목소리가 더 큰지 내기를 하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러다가 목소리 더 큰 사람이 이길 때가 있다. 정말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일까? 두 사람이 싸움을 하는데 한 명은 큰소리로 따지고 한 명은 감정을 추스른 채 조목조목 따지고 든다면 누가 이길까? 감정을 내세우게 되면 이성적 판단이 흐려져 말실수를 하게 될 경우가 많고 내가 수세에 몰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목소리가 더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성적인 판단으로 싸움을 하는 사람은 상대의 실수를 지적하며 상대가 더 실수하게끔 만들 수가 있다. 몸싸움까지 번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성적인 사람이 더 이길 확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찰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일을 직접 겪어본 적이 많다. 나도 신임 순경이었을 때는 술 취한 사람들이 싸우는 현장에서 같이 핏대를 높이며 그들과 목소리 크기를 겨뤘다. 하지만, 현장은 더 아수라장이 되고 나는 점점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대응해 보기로 했다. 현장 출동 시 흥분을 가라앉히자 현장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고 굳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현장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싸움 현장에서 누군가 하나가 차분히 대응하게 되면 상대도 홀로 목소리를 높일 수가 없다. 본인이 모든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현장뿐만 아니고 어디서든 누군가와 다툴일이 생길 때면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히고 현장을 보려 한다. 그렇게 되면 싸움의 원인부터 내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까지 생각나게 되고 그 싸움의 승자가 되거나 싸움 자체를 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싸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승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