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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Aug 28. 2021

스미싱 당한 경찰관 2

우리 직원 중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A는 한 은행으로부터 1억 원을 거치형으로 별도 승인절차 없이 대출을 해준다는 문자를 받았다. A는 기존 대출로 인해 추가 대출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에 마음이 동했다. 그는 나에게 문자를 보여주며 "조건이 너무 좋은데 한 번 해볼까?"라고 말했다. 

여타 스미싱처럼 링크도 포함되지 않았고 유명한 은행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찍혀 있어서 의심 없이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근처에 있던 나에게 물어본 거였다. 문자를 보니 정말 해당 은행에서 보낸 것이라 해도 믿을 만큼 진짜 같았다. 대출이 급한 사람이라면 넘어갈만할 내용이었다. 우선 A에게 "조건이 너무 좋아서 피싱일지도 모르니까 전화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후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 역시나 최근 유행하는 피싱문자였다. '정부 긴급대출 승인', '00 은행에서 대출심사가 승인되었습니다'등의 내용으로 된 스미싱이 바로 그것이다. 


A는 '진짜인 줄 알았는데'라며 놀라워했고 '대출이 급한 사람은 속을 수밖에 없겠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며칠 후 A는 또 다른 스미싱 문자를 받았다. 이번 스미싱 문자에는 별도의 주소 링크가 포함되어 있었다. 문자 발송 번호는 개인 휴대전화 번호였다. A는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 그 문자를 받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문자의 내용이 '건강검진 결과 통보' 문자였다. 우연인 것인지 건강검진을 받은 것을 알고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이밍이 절묘했다. 

A는 마침 기다리던 내용인지라 아무 의심 없이 그 링크를 눌렀다. 링크를 눌러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고 했다. 그때서야 A는 이상함을 느꼈다고 했다. '왜 건강검진 결과 통보를 개인 전화번호로 보냈지?' 이상한 마음에 그 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제야 의심은 더 커졌고 나와 동료들에게 그 내용을 이야기한 것이다. 나는 이번에는 문자를 보지도 않았지만 스미싱인 것을 확신했고 '혹시 링크를 누르셨어요?'라고 물었다. 링크를 눌렀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문자를 보니 300% 스미싱 문자였다. 나는 A에게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휴대전화 안에 개인정보 등이 들어있는지 물어봤다. 다행히 그런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A의 휴대전화 정보는 모두 털렸을 것이고 A의 전화번호가 또다시 스미싱에 이용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줬다. 화가 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 A는 당장 휴대폰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A에게 문자를 보낸 상대방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알고 보니 그 전화번호도 스미싱을 당해 또다시 스미싱에 이용되었던 것이다. 


피싱 범죄는 이와 같이 경찰관이라고 해도 당하게 만드는 무서운 범죄다. 이들은 위 사례와 같이 타이밍을 노리고 들어온다. 내가 가장 간절하고 급할 때 그것을 해소해주려는 구원자 인양 파고들어 와 오히려 더 살을 갉아먹는 것이 바로 피싱 범죄의 특성이다. 그러니 피싱 방지 어플을 이용하거나 백신 프로그램을 한 번씩 돌려보고 돈과 관련된 문자는 두어 번 더 확인해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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