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출근길을 망친 사람들

by 오박사

일찍 잠들어 그런지 새벽 3시쯤 눈이 떠졌다. 다시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는데 야속하게도 바로 알람이 울렸다. 알람은 늘 그렇다. 피곤한 날은 냉정하게 더 크게 울리는 것 같다. 5시 50분 이제 밖이 제법 어둡다. 어둡고 날씨가 싸늘하니 더 일어나기 싫어졌다. '한 시간만 더 잘까? 아니야 더 피곤해질 수도 있어'라고 잠시 고민하다 겨우 일어났다.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하고 하루를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그 기대는 몇 발자국 못 가서 바로 산산조각 나버렸다. 같은 아파트 입주민인 한 여성이 개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목줄도 없고 개똥을 담는 주머니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마스크도 쓰지 않고 있어 순간 ‘확 신고해 버릴까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주변 여기저기에 개똥이 싸질러져 있는 걸 봤는데 똥들이 그 녀석 것 같아 보였다. ‘저 똥들을 다 쓸어 모아서 저 여자 현관 앞에 갖다 버릴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자신의 개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좀 소중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담엔 진짜 신고해 버릴지도 모른다.


짜증을 누르고 다시 길을 가는데 또 다른 불청객을 만났다. 3미터 정도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가는 아저씨였다. 그가 피우는 담배 연기가 나에게 돌진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냄새조차 싫은데 하필 그 연기가 나에게 날아오다니. 또다시 짜증이 치솟았다. 일전에 앞서 걷던 사람의 담배 불똥이 나에게 튄 기억이 나면서 그 사람과 거리를 넓혔다. 그 상황이 너무 싫었다. ‘오늘 출근 길이 왜 이러지, 그냥 좀 더 자고 한 시간 늦게 출근할 걸 그랬나?'라고 생각하는 한편 ‘액땜했으니 이제 좋은 일만 생기겠지’라고 애써 긍정하려 했다. 그렇게 나의 출근길은 불쾌함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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