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너무나도 값진 추석선물

by 오박사

우리 경찰서 직장협의회가 2020년 7월 설립되었다. 매달 회비를 받아야 하는데 금액을 얼마로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노조와 마찬가지로 직장협의회도 앞을 내다보면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많은 돈이 쌓이는 것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결국 투표에 부쳐졌고 회비는 1만 원으로 결정되었다. 1년에 천만 원 이상의 돈이 쌓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행히 돈을 쓸 곳이 많았다. 직원들 명절 선물, 임원진 활동비, 100일 기념행사, 1주년 기념행사 등 많은 곳에 돈이 들어갔다. 회비는 너무 많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정도로 유지되어왔다.

2021년 추석 연휴가 다가오자 직원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하고 싶었다. 급하게 임원진 회의를 소집했고 선물에 대한 논의를 했다. 이번 추석엔 따뜻한 마음을 선물하자는 안건이 나왔고 그 내용은 본인 또는 가족이 아파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들을 돕자는 것이었다.

모두가 동의했고 대상자를 추려보니 5명 정도가 나왔다. 5명 모두에게 돈을 지급하면 50만 원 정도밖에 지원할 수 없어서 대상을 좁히기로 했다. 알아보니 3명은 경찰서 상조회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받았다. 우선적으로 나머지 2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자녀가 6년 동안 투병을 하는 중이었고 서울, 부산, 창원 등의 병원에 계속 치료를 하러 다니고 있었다. 한 사람은 부부가 공무원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휴직을 했고 한 사람은 외벌이로 병원비를 감당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 두 사람에게 1인당 200만 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안건을 투표에 부쳤고 임원진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큰돈을 쓰는 일인지라 대의원들에게도 안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현재 우리 협의회 대의원은 16명인데 모두 찬성을 했다.

돈은 내가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계좌로 보내주기엔 너무 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힘내시라”는 말과 함께 건네는 것이 도리라 생각했다. 그들과 약속을 잡고 한 사람씩 만났다. 평소에 스쳐 지나갈 때는 눈치 채지 못했는데 직접 얼굴을 마주하니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것이 보였다. 그들이 그렇게 아파할 때 우리가 관심을 가져주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했다.

돈을 건네받는 그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이 돈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직원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감사하다.” 눈물이 나올 번한 것을 겨우 참으며 “힘내시고 부담 갖지 마세요. 다음에 아이들 나으면 그때 다른 직원들을 도와주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과 헤어지고 난 후 가슴속에서 뭉클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따뜻했다. 그들에게 베풀었다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가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선물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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