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뜨니 사방이 어둑했다. 빗소리를 듣곤 ‘그대로 다시 누워버릴까’ 잠시 고민했다. 일찍 출근해야 할 이유가 있어 겨우 일어나 흐느적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씻기 위해 물을 틀다가 “쏴아” 소리에 깜짝 놀랐다. 여태까지 본 적 없는 강한 수압이 샤워기에서 분출되고 있었다. ‘비가 와서 그런가?’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곤 수압에 몸을 맡겼다. 물을 뿌리니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남색 계통의 정장풍의 슬랙스 바지를 입고 밝은 색 셔츠를 입었다. 나름 괜찮은 코디라고 생각하고 양말을 찾아보니 발목 아래로 내려오는 덧신 양말이 없었다. ‘비가 많이 오니 누가 보겠어?’라고 생각하며 눈앞에 보이는 양말을 집어 들었다. 신발은 남색 계통의 발목이 보이는 단화를 신었다. 준비는 완벽했고 우산을 챙겨 출근길을 나섰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오지 않았다. 고여 있는 빗물을 피하려 아래를 보며 걷다 깜짝 놀랐다. 아무 생각 없이 신은 양말이 흰색 줄무늬 발목양말이었던 것이다. 남색 슬랙스 바지에 남색 단화에 흰색 줄무늬 발목양말이라니. 망했다. 그 녀석은 ‘오늘의 주인공은 나야 나!’라고 외치는 듯 걷는 내내 아주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다른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모두가 내 발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녀석과 불편한 동행을 하며 무사히(?) 출근했다. 녀석은 지금도 계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녀석과 헤어져야 할 때인가 보다. 오늘은 양말 없이 생활해야겠다. 집으로 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