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지금 이 순간

by 오박사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다를 찾았다. 막상 도착하니 그 풍경을 눈에 담기보다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예쁜 풍경을 보면 늘 같은 행동을 한다. 지금 내 눈에 들어오는 현재를 느껴야 하는데 사진으로 보게 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한다. 그러곤 뭐가 그리 바쁜지 커피 한잔 마시곤 서둘러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웃긴 것은 그렇게 서둘러 담아 온 사진은 계속 인 마이 포켓이다. 주머니 속 휴대전화에 고이 잠들어 계신다. 분명 현재까지 포기해가며 찍었는데 그 의미가 무색해지게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많지 않다. 그러곤 또다시 바다가 보고 싶다. 아마 제대로 보지도 느끼지도 못해서일 거다. 아쉬워서 일거다. 사람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변 여건을 신경 쓰다 보니 늘 아쉬운 점이 남는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라는 가사가 갑자기 떠오른다.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그리고 온전히 그 순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한번쯤은 나를 가만히 놔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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