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그림자에 벗어나려...

by 오박사

일 잘하는 상사 또는 선배와 함께 일하는 것은 좋은 일일까? 예전에 한 부서에 10년 정도 근무한 베테랑 선배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 그 선배는 든든한 기둥처럼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내가 막히는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선배에게 도움을 청하면 척척박사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줬다. 심지어 내 업무 중 일부까지 그가 가져갔다. 나는 그런 그에게 익숙해져 갔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2년을 함께 하다 결국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가 승진 후 다른 부서로 가야 했다. 믿기 싫었다. 그가 없는 사무실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없었다. 그동안 너무 의존해 왔기에 불안했다. 후회하면 늦다더니 딱 그랬다. 시간은 잔인하게도 더 빨리 흘렀고 결국 그는 떠났다. 홀로 남은 나는 그의 그림자를 벗겨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적응의 동물인 사람답게 그래도 잘 버텨내 지는 것이 우스웠다. 옆에서 보고 들은 것을 흉내 내었더니 일이 돌아갔다. 육 개월쯤 지나자 그의 그림자가 벗겨지고 어느새 내가 그가 되었다. 아니, 내가 되었다. 오히려 그에게 의존했던 세월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만약 그의 그림자를 벗겨내지 못했더라면 나는 도태되었을 것이다. 그때 배운 가르침을 후배들에게 베풀고 있다. 후배들 입장에선 베풂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후배들을 사자 우리에 던져 넣는다. 그들에게 일을 던져놓고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라고 한 후 부족한 부분을 가르쳐준다. 그것이 그들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선배의 그림자에 갇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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