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마블의 영화가 던져주는 숙제들

by 오박사

나는 어릴 때부터 히어로를 좋아했다. 특히 약한 사람이 온갖 역경을 딛고 강해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무협지, 판타지 소설을 좋아했다. 책 대여점에 있는 판타지 소설을 모두 볼 정도로 미쳐 살았던 적도 있다. 주인공을 깔보는 상대들이 패했을 때 느끼는 그들의 절망감에서 나는 묘한 쾌감을 느끼곤 했다. 히어로는 일종의 대리만족이었으며 유희적인 요소였다. 나는 여전히 히어로를 좋아한다. 그래서 마블에서 만든 히어로 물들도 좋아한다.


그런데 마블의 히어로 물들은 그냥 유희적 요소만으로는 볼 수 없다. 마블의 작품들은 묵직하다. 재미와 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마치 숙제를 내주는 것처럼. 특히 인간 영웅들이 나오는 작품들이 더 그렇다. ‘스파이더맨’,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등이 대표적이다. 우린 영웅들을 부러워한다. 그들의 슈트, 힘,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들을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은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아 보인다. 한 번씩 그들에게서 두려움이 보이고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은 고뇌가 보인다. 스파이더맨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과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고뇌한다. 결국 그도 청소년일 뿐이기 때문에 영웅이라는 짐을 무거워 할 때가 있다. 아이언 맨도 가족과 영웅의 사명 사이에서 갈등한다. 캡틴 아메리카도 결국은 사람으로 늙어가는 것을 선택한다. 이들은 왜 이런 갈등을 하는 것일까? 모두가 부러워하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왜 그 것을 한 번씩은 포기하고 싶어 할까? 아마도 두려움과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그들도 사람이기에 죽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굳이 자신이 아니어도 영웅들은 많으니까 쉬고 싶었을 것이다. 또 사람들은 영웅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두려워하기도 한다. 악당이 있어야 영웅의 가치가 올라가는데 만약 평화의 시기가 지속된다면 오히려 영웅이 두려움과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외로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다시 영웅의 길을 걷는다. 자신보다 인류를 구원하려 한다. 그것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늙어가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은 지쳐 보이지만 행복해 보였다. 아무도 영웅의 길을 내려놓은 그에게 돌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도 알기 때문이다.

마블은 이처럼 많은 숙제를 던져준다. 단순히 재미로만 볼 수 없는 영화이기에 더 빠져든다. 영웅의 이야기 이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매력적이다. 내가 마블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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