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SNS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활동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다. 매일 하나씩의 게시물을 올렸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게시물을 본 누군가가 나에게 강.유.배.경이라는 별칭을 달아주기까지 했다. 강.유.배.경이란 직업이 네 개라는 의미다. 강사, 유튜버, 배우, 경찰이 바로 그것이다.
김성헌 경위도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사이다. 그는 당시 경기도에 있었고 나는 밀양에 있었기 때문에 만날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경찰 인재개발원으로 발령 난 후 몇 번의 만남을 가졌고 현재까지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왼쪽 김성헌 경위, 오른쪽 오종민 경위(나)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영상 의뢰
2015년부터 사이버범죄 예방 강의를 시작해 7년째 관공서 등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이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했다. 한 달 전 김성헌 경위에게 전화가 왔다.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라는 곳에서 60대 이상을 위한 보이스피싱 홍보영상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강사를 고르는데 고민하던 그는 현장전문가이면서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찾던 중 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어떤 주제를 골라야 할까?
보이스피싱은 종류가 상당히 많다. 그중 5분 정도 길이의 영상을 통해 홍보 효과를 보려면 어떤 주제를 골라야 할지 고민되었다. 그러다 최근 60대 이상이 가장 많이 당하는 두 가지 주제가 떠올랐다. 첫 번째는 “엄마 뭐해?” 또는 “엄마 바빠?”로 시작하는 ‘메신저 피싱’이다. 두 번째는 “해외결제 95만원” 등 구매하지도 않았는데 구매했다는 문자가 오는 ‘결제스미싱’이다. 주제가 정해지자 시나리오 작성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늘 해오던 강의였기 때문이다.(사진 :화면중 문자메시지, 결제스미싱)
287km의 거리, 그리고 7시간!
촬영지와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무려 287km이상 떨어져 있어 촬영일정을 정하는 일마저 쉽지 않았다. 메일을 통해 시나리오를 주고받았고, 촬영 당일(11월18일) 오전에 방향 설정, 오후 촬영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무모한 듯 보이지만 두 사람의 시너지는 그것을 해내고 말았다. 오전에 시나리오 수정, 사례를 표현하는 방식 정하기, 시나리오 보이스 녹음 등 담당할 배우<?>를 현장에서 급하게 섭외했고, 오후에 촬영에 들어갔다. 그렇게 촬영이 마무리되는 시간까지 오전 3시간, 오후 4시간! 총 7시간 걸렸다. 이제 남은 몫은 김성헌 경위의 것이었다.
현장에서 섭외한 목소리 출연자
촬영은 끝났고, 이제 편집만이 남았다.(김성헌 경위 시점)
수정의 흔적이 가득한 시나리오 종이 3장, 촬영된 영상 클립12개, 음성녹음 파일 5개, 나에게 남겨진 이 녀석들을 가지고 가 편집본을 제작하는데 약 13일 정도가 걸렸다.
나는 상업 영상을 만드는 전문제작자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일과시간 이후와 주말에 작업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시간이 조금 지체가 되었다. 자막효과, 시나리오에 맞는 이미지 찾는 작업에 가장 오래 걸렸다. 보이스피싱피해자 분들을 생각하니 제작하는데 더욱 신경이 쓰였다. 어떻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할까, 어느 정도 수준의 재미요소(?)를 가미한 분위기를 잡아야 할까, 수많은 고민 끝에 2주간의 제작 기간이 걸렸다. 솔직하게 완성된 영상은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왜냐면 영상을 플레이할 때마다 수정하고 싶은 곳이 계속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하지만,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영상에 만족해하시는 것을 보니 뿌듯했다.
고민의 흔적들
후기를 마치며 하고 싶은 말
영상이 반응이 좋았다는 말을 그에게 듣고 기분이 좋았다. 후기를 남겨 달라는 말에 또 한 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날로 늘어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분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들었다. 이 영상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좋은 기회를 주신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