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인재개발원에서 2년 만에 대면 강의를 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터진 후 비대면 강의는 한두 번 정도 나갔었는데 대면 강의는 정말 오랜만이라 설렜다. 설레는 맘으로 예정보다 조금 일찍 길을 나섰고 50분 일찍 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그날따라 구름도 왜 이리 예쁜지 마음이 설레니 주변 모든 것이 다 예뻐 보였다. 강의실에 가기 전 먼저 매점을 찾았다. 매번 강의 전 매점에서 선물용 간식거리를 샀기 때문이다. 매점에 들어서자 매점 아주머니가 나를 반겼다. 나는 그분이 나를 알아본 것에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늘 간식거리를 사던 걸 기억하셨나 보다. 그런데 내가 사던 것이 없어 여쭤보니 코로나 때문에 물건을 많이 못 들여놓았다고 하셨다. 아쉬운 맘에 초코바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날 강의 대상자는 경남 여기저기에서 근무하는 중간 리더 급의 공무원들이었다. 강의장에 들어서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대부분 자리가 비어있었고 70여 명 중 두 명의 남자 분만이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예전에 몇 번 서봤던 자리라 그런지 어색하진 않았고 자연스럽게 강의자료를 세팅했다. 시간이 되어가자 자리가 차기 시작했고 오랜만의 강의로 인한 떨림보단 빨리 시작하고 싶은 흥분이 나를 지배했다. 1시가 되자 대표 한 분이 앞으로 나오셔서 강사 소개를 해주셨다. 나는 내 프로필을 펼치며 다시 한번 더 제대로 나를 소개했다. 소개부터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는 것을 보고 강의가 잘 될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이어서 강의 시작 전 분위기 전환용 스폿을 시전 했다. 스폿이란 짧은 시간 내에 교육 참가자나 상대방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일체감과 성취욕을 북돋우는 고도의 ‘심리 연출법’을 말한다. 스폿 기법 덕분에 분위기는 한결 더 부드러워졌고 사람들의 시선엔 일종의 기대감 같은 것이 보였다. 강의는 오랜만에 한 것치곤 매끄럽게 흘러갔고 사람들의 반응에 내 자신감은 더 올라갔다. 준비해 간 초코바로 강의장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자신감이 올라가니 목소리, 표정, 행동도 원하는 것보다 더 잘 나오는 듯했다. 단지 흠이라면 마스크를 쓰고 강의를 해야 했기 때문에 숨이 좀 차다는 것 정도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한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쉬는 시간에 다음 강의 멘트들을 정리해봤다.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야 했기에 어떻게 더 맛깔나게 설명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10분이 금방 지나가고 다시 2교시가 시작되었다. 또다시 간단한 스폿으로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고 강의를 이어나갔다. 2교시는 인터넷 사기, 보이스피싱에 대한 이야기로 사례가 많아 분위기를 집중시켜 나가기가 더 좋았다. 계속되는 사례에 여기저기서 ‘아’하는 탄성들이 흘러나왔다. 안타까움과 놀라움의 탄성이었다. 준비해 간 자료는 점점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끝나가는 강의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너무 재미있었고 온종일 하라고 해도 지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쉽지만 마무리 멘트를 하면서 강의를 마쳤다. 박수 소리에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해졌고 아쉬움은 더 진해졌다. 강의장을 벗어나기 싫었다. 빠른 시일 내에 또다시 강단에 서고 싶었다. 나는 강의가 너무 좋다. 무대 위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모두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때론 웃고 때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이는 느낌이 좋다. 또 그들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나에게 강의란 삶의 활력소이자 에너지원이다. 그래서 난 강의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일부 강사들이 자신이 힘들게 준비해 왔는데 수강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며 화를 낸다는데 나는 그런 강사들이 너무 싫다. 수강생들을 듣게 하는 것은 온전히 강사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며칠이 지났지만 내 머릿속엔 아직도 그날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오랜만의 필드 강의에 대한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