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직원들을 대표하는 중책을 맡았던 적이 있다. 그들의 권익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신과 관망이었다. '역시 너밖에 없다'는 달콤한 말에 도취되어 착각을 품고 살아오니 배신에 대한 타격은 몇 배가 되어 가슴에 박혔다. 가슴앓이 이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완장에 도취되어 좁은 것에 집착하는 이들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나 또한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욕심을 내려놓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다. 불합리함을 발견할 때였다. 눈에 보이는 불합리한 것들을 내 마음 편하자고 그냥 보아 넘기자니 비겁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나선다고 뭐가 달라지겠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또한 욕심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마음의 평화와 비겁함 사이에 갈등은 지속되고 있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어쩌면 '비겁함이라 느낀 마음은 또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싶은 내 옹졸한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계속 답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세상은 왜 이리 복잡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