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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Oct 15. 2023

31. 여섯가지 색깔을 가진 이들

서울 자기계발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각자 독특한 이력과 비슷한 에너지가 있어 자석에 끌린 듯 몇 번 만남을 가졌다. 나 포함 여섯 명이다. 우린 여섯 가지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육색플’이라는 이름까지 지었다.      


첫 번째 사람은 우리 모임의 맏형이다. 이 분은 이력이 화려하다. 서울대를 나왔고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대기업 이사까지 올라갔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갑자기 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암 치료에 전력하여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 후 그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며 살기로 했다. 자신이 전공한 마케팅과 인문학을 조합하여 몇 권의 책을 냈고 왕성한 강의 활동을 하며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진정한 워라밸을 실천하며 사는 존경하는 형님이다. 우리 모임의 주최자이며 우리들의 에너지를 간파한 사람이기도 하다.      

두 번째 사람은 나와 동갑인 친구다. 이 친구도 능력자다. 기획 능력이 탁월하여 젊은 나이에 창업에 성공했고, 회사를 넘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여전히 여기저기서 컨설팅 요청을 받기도 한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드로잉프렌즈’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그림 그리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돈도 잘 버는 부러운 친구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고 싶은 친구이기도 하다.    

  

세 번째 사람은 나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이다. 이 친구는 돈 벌기 위해 대구에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는 무대포 정신을 지닌 사람이다. 취직하기 위해 자격증을 20개나 취득할 정도로 한 번 하고자 하는 일은 무조건 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중소기업 법무팀에 일하다가 ‘협상’으로 강의하고 싶다고 회사를 과감히 때려치우는 결단력도 있다. 퇴직금으로 2년을 버티더니 진짜로 ‘협상’ 책을 덜컥 출간했다. 책이 생각보다 잘 팔려서 강의 의뢰가 많이 들어왔고 그 뒤로 힘든 일도 겪었지만, 현재는 유수의 대기업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강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장 부러운 사람이기도 하다. 이 친구도 성이 나와 같다. 당시 우리는 반드시 성공한 강사가 돼서 ‘투 오맨 쇼(우리 성이 ‘오’가다)’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 친구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위치까지 올랐지만, 내가 노력이 부족해 현실이 되진 못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진 않았다. 그 약속을 실현시키고 싶다.      


네 번째 사람은 나보다 네 살 어린 동생이다. 이 친구는 대기업 출신이다. 야구를 미친 듯이 좋아해서 한국야구부터 메이저리그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과거사까지 달달 외울 정도였다. 몇 년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특정 선수의 이력 등 자판기처럼 줄줄 튀어나왔다. 야구 이야기를 할 때면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중 이 친구가 자신의 꿈을 가장 먼저 이루었다. 스포츠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스포츠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우고 기자 시험을 보러 갔다. 설마 했는데 합격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지막 사람은 마찬가지로 네 살 어린 동생인데 홍일점이다. 이 친구는 중소기업 회장의 비서였다. 일머리가 좋고 말도 잘해서 귀염을 많이 받았다. 자존감도 높아 늘 당당했고 오빠들을 휘어잡는 여전사였다. 결혼 후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는데, 아이가 어느 정도 크자 자신의 재능을 찾아 활동을 시작했다. 손재주가 좋아 캘리그라피, 만들기 등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글쓰기 능력도 탁월해서 한때 작가로 불리기도 했다.

참으로 다재다능한 이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엄청 큰 행운이다. 모임의 리더인 형님이 당시 우리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각자 특색이 있으니 우리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보자고 했다. 무조건 찬성했다. 각자 원고를 써오기로 했다. 몇 번의 수정을 거쳤지만, 부족한 글솜씨 때문에 결국 책을 내는 것은 무산됐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모두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바쁘고 멀리 있다 보니 간간이 연락만 하고 있다. 다시 한번 모두가 모일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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