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눈물을 참았다

서른부근의 어느멋진 날들

by 이용현

오래전 이십대라는 그 시절.

우는 마음으로 우도에 와서 울고 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는 우도에 오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꺼낸 몇 천원들 가지고 과자 에이스를 사고 빠다코코넛을 샀다.

돈이 없었기에 배를 채우려고 했다.

비가 내렸다. 파란색 이천 원짜리 우의를 쓰고 걸었다. 하나 밖에 없는 운동화를 젖기 않기 위해 신발을 벗었다. 맨발로 우도를 걷기 시작했고 비는 게속 쏟아졌다.


배가 고파서 에이스를 입에 넣었다. 사람을 가득 태운 우도 관광버스가 내 앞을 지니고 있었고 버스가 잠시 정차한 사이 수많은 관광객들과 내 눈이 마주쳤다.



맨발. 파란우의. 바짝마른 몸. 빗속을 뚫고 우걱우걱 에이스를 입 안에 넣고 있는 나를 사람들은 원숭이 쳐다보듯 나를 오랫동안 쳐다봤다.

잠시 과자를 입에 넣는 일과 씹는 일을 멈췄다.

사.람.들.의.시.선.이.창.피.했.다.


그리고 불현듯. 잠깐만. 내가 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있지. 나는 배가 고픈건데. 내가 왜 밥먹는 일조차 사람들의 신경을 써야하지.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며 내 배가 고픈 건 참을 수 없다.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니 나는 먹어야 한다. 단지 내가 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있는 것 뿐이다.


그리고 나는 미친듯이 와구와구 과자를 보라는 듯이 맛있도록 씹어먹었다. 맨발에 차오르는 빗물까지 털어가면서 볼라면 봐라. 했다.

창피하지 않았다.


버스가 지나간 뒤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 절대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내 욕망을 비겁하게 감추지 말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괜찮을 수 있다.


4시간 가까이 걷고 난 시점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통은 카피라이터가 되었으니 출근하라는전화,


비는 멈췄는데 눈물이 다시 또 쏟아졌다.

1년 6개월 간의 백수생활. 늘어가는 빚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자주 죽고싶다 말하고 온몸이 부정이었던 시간. 그래서 모두를 힘들게 하고 스스로 좌절했던 날들의 연속.

눈물뿐이던 날들.

마지막의 심정으로 저금통을 찢고 무작정 떠나왔던 곳 제주.

그 시간을 기록으로 버티며 나를 위로했던 나날들.

위로가 필요한 순간 글에게 기대고 글을 쓰곤 했던 것이 이제는 빛이 되어 책이 되었다.

울지 마, 당신



힘든 시간을 극복한 힘으로 글을 쓰고 책을 내고 다시 우도에 왔다.

가장 쓸쓸하게 그러나 쓸쓸하지 않게 바람을 달린 오늘 가까스로 흐르던 눈물을 참았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또 멀고 멀어서.

살아갈 날들이 또 찬란하기도 해서.

가까스로 눈물을 참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주도에서 부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