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를 말하다

서른부근의 어느 멋진날들

by 이용현

사람들의 눈은 외로워보였다.

사랑이 오지 않은 자의 눈에서

자신보다 앞서 사랑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일은 어쩌면 괴로움인지도 몰랐다.


제주를 지나는 해변 어딘가에서 한 커플이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발길을 멈추고 한 번씩 그들을 바라보았다.


제주 바다를 뒤로한 시원한 바다 배경이 결혼을 앞둔 커플들 만큼이나 예뻤다.

손을 잡고 바다를 걷고, 서로를 안아주고 입을 맞추며 촬영은 계속 되었다.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맞잡은 두 손을 바라보다 잡을 곳 없는 내 손의 온기를 직감했다.

지난 나의 사랑도 한 때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안아줄 만큼 따뜻했는데 지금 내 손은 빈 바람만이 가득하고 가슴은 넓은 공터저럼 휑하기만 하다.


나는 그렇게 커플들을 바라보며 텅빈 의자를 내 마음 같이 여기고 셔터를 눌렀다.

빈 자리로 바다를 하염없이 보고 있는 너나, 누군가 옆에 다가와 말 걸어주길 바라는 나는 어딘가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언젠가는 나에게 맞는 사랑이 올거라는 기대 속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다가가지만 사람의 온도는 저마다 달라서

내가 상대를 향해 뜨거운 마음을 품어도 상대는 덜 뜨겁기에 사랑은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내가 뜨거운 만큼 상대는 덜 뜨겁고 상대가 차가울수록 낮은 온도에 마음을 데이는 사연이 많다보니 사랑 앞에선 먼저 겁쟁이가 되곤 한다. 사랑은 그리하여 여전히 어렵고도 어렵다.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사랑에 흠뻑 빠져 허우적되는 일을 상상하면서도 사랑에 발을 담구는 일조차 두려워하기도 한다.


온도가 맞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 그런 사람을 만나 남들처럼 깊은 사랑을 하는 것.

언젠가 사랑을 하긴 할 수 있을까.


사랑하기에 좋은 온도를 생각해본다.

이마의 열을 재듯

마음을 되짚어 본다.


지금 내 마음의 온도는 몇도씨일까.

나와 같은 온도를 지닌 사람의 온도는 저온에 가까울까 고온에 가까울까.

상대가 나로부터 달아나지 않는 온도는 어디쯤일까.


지금 난, 지난 이별로 차가워진 걸까, 사랑이 하고 싶어 뜨거워진 걸까.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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