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부근의 어느 멋진날들
사랑을 잃고 오랫동안 혼자인 시간을 보낸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봄이 왔네. 참 예쁜 봄이.
화사한 봄 날이 왔는데 사랑은 오지 않았다는 걸 말하는 뜻이었다.
이렇게 좋은 봄 날에도 사람은 외로워질 수 있다. 쨍한 날 속에도 얼굴로 내리쬐는 온기가 포근한 나머지 되려 따뜻한 사람의 손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다시는 사랑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가시를 세웠지만 새로운 사랑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시 속에도 꽃을 피우는 선인장이 떠올랐다.
아무도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처럼 벽을 세운 것 같지만 사실 그런 사람일수록 바람 한 점에도 쉽게 스러지고 꽃 한송이에도 무너지는 약점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사랑을 하고 싶다는 사람보다, 다시는 사랑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큰 위태로움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봄 날, 이 좋은 봄 날 아직은 사랑할 때인가 보다.
증오했고 미워했고 혐오 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다음 계절을 조금은 풍요롭게 보내기 위해 아직은 사랑할 때인가보다.
봄,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왔는데 또 이렇게 봄이 가고 있으니.
햇볕아래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애절할 수 밖에.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