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먹고 있는데 중년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중년의 남성은 나와 눈빛이 마주쳤고 지인과 모여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시집을 제가 썼습니다. 제 책을 한 번 읽어주시겠습니까. 가격은 만 원입니다.”
지인들은 중년의 남성을 물끄러미 쳐다봤고 나는 눈을 몇 번 끔벅이다가 대답했다.
“주세요.”
자신의 시간을 들여 원고를 쓰고 책을 출판한다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임을 알기에. 더구나 자신의 시를 팔아서 한 푼이라도 돈을 벌어보겠다는 그 마음이 가슴 온 곳곳마다 박혀서 중년의 남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
나 역시나 책을 쓰고 책을 팔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그의 처지와 나의 처지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책을 판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베스트셀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지난번 찍은 책은 아직도 천 권이나 창고에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저 중년의 남성처럼 내 책을 들고 팔고 다닐 용기조차 나서지 않는다.
지금 더 많은 이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는, 내 사랑의 문장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것이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