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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May 11. 2016

엄마는 왜 이것도 몰라!

엄마에게 나는 화를 냈다.

감기 기운 탓인지 아침부터 몸이 무거웠다.  

서둘러 출근해야 하는데도 이불 속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었다.


허둥지둥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엄마가 나를 불러세웠다.


나 이것 좀 알려줘봐. 지금 Tv에서 나오는 거 이거로 보려면 어떻게 해. 아빠 야구볼 때 나 이거로 Tv봐야 돼.


지난 번에 알려줬잖아!


몰라 잘 안 된다.


몇달 전 엄마는 건망증으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정말 질릴 만큼 잃어버리고 사는 탓에 엄마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또? 그런 거 하나 관리 못 해? 벌써 몇번 째야! 큰 소리로 쏘아부치던  나였다.

이번에는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도 몰라 더 화가 났었다.

그 때 당시 혼자 대리점에 들러 아주 꼬진 옛날 기종으로 휴대폰을 바꾸고,(점원의 말에 별다른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그림이 그려진다. 너무 착해빠져 의심없이 그러고도 남을 엄마다.) 무턱대고 테블릿 Pc를 받아 온 엄마였다.


이거 눌러서 들어가.

이거 누르면 된다니까.


조작이 서툰 엄마를 바라보다 출근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정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알았어. 빨리 출근 해.

엄마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테블릿 Pc를 보면서 이야기 했다.


그러다 나는 그만 울컥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다시 쏘아부쳤다.


근데 엄마는 왜 이런 것도 몰라!


모를 수도 있지!

엄마라고 다 아니?!


지난 번에 알려줬잖아!


까먹는다니까!


감정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나는 서둘러 집을 나와버렸다.


버스에 올라타 출근 하는 길 마음이 내내 신경 쓰인다.


왜 우리 엄마만 모를까. 몇 번을 알려줘도 왜 우리 엄마는... 그러다가도 우리 엄마니까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아침부터 쏘아부친 게 더욱 미안해졌다.


집에서 엄마는 온 감정을 담아 소리를 꽥 지르고 이렇게 자신에게 막대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식 밖에 없구나, 라는 걸 느꼈을까.


아버지까지 나서서 모진 핀잔을 다 쏟아부으면 그야말로 엄마는 무방비로 두 남자의 감정을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것인데.


집에 혼자 덩그라니 남겨진 엄마는 혹여 서러움에 울지는 않았을까.

엄마는 왜 이것도 몰라! 라는 자식의 말에 신경이 쓰여서 나는 왜 정말 이것도 모를까. 라는 답답함에  홀로 울컥 눈물을 쏟아버리진 않았을까.


생각을 달리 했어야 했다.

왜 엄마는 이것도 몰라! 가 아닌

우리 엄마니까 모를 수 있다고.

모든 것에 서툰 모습이 우리 엄마의 모습이기에.


반성한다. 나는 오늘 참 못된 새끼였다.


지난 날 어렵게 알려준  카톡으로 엄마가  사진을 보내왔다. 혼자 바닷가에 나가서 엄마가 썼다.

글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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