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현 Jun 19. 2016

소녀의 손을 잡았다.

엄마에 관한 이야기

샤워를 마치고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바라봤다.

큰 몸둥이 하나가 버젓이 서 있었다.


내 몸이 멀쩡하다는 사실. 내 몸에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채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감사함에 다시 내 얼굴을 바라봤다.


엄마가 생각났다. 얼굴에 주름진 엄마의 모습이 탱탱한 내 몸과 비교되면서 엄마를 바라봤다.


작고 예쁜 소녀로 태어나 결혼을 하고 소년 하나를 세상 밖으로 밀어낸 엄마였다.


나를 세상 홀로 밖으로 밀어보낸  뒤 엄마는 울었다고 했다. 나도 엄마의 몸 속에서 나와 크게 울었다고 했다. 우리는 같이 울었다고.


울음의 길이는 달랐지만, 같은 몸에서 만든 울음이었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못했다. 나를 낳아준 고마움에 대해 느낀 것은 내가 생각보다 내 힘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뒤였다.

그 이후 나는 엄마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입술 닳도록 하고 있다.


"엄마. 우리 사진이 없어."

나는 엄마를 옥상으로 불렀다.

그리고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를 보고 두근 거리지 않았지만 엄마의 매력은 나를 낳았다는 것. 그 행복에 마음에 설렜다.

나를 건강히 낳아준 사람과 옆에 섰다는 것.

그 사람도 아무렇지 않고 건강히 있다는 것.

고맙고도 감탄할 일이었다.


하늘 아래 행복한 순간이 지나간다.

나는 엄마의 손을 더 꼭 잡았다.

오래 오래 보고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른셋의 소년과 쉬흔넷의 소녀.


매거진의 이전글 아,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