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관한 이야기
샤워를 마치고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바라봤다.
큰 몸둥이 하나가 버젓이 서 있었다.
내 몸이 멀쩡하다는 사실. 내 몸에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채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감사함에 다시 내 얼굴을 바라봤다.
엄마가 생각났다. 얼굴에 주름진 엄마의 모습이 탱탱한 내 몸과 비교되면서 엄마를 바라봤다.
작고 예쁜 소녀로 태어나 결혼을 하고 소년 하나를 세상 밖으로 밀어낸 엄마였다.
나를 세상 홀로 밖으로 밀어보낸 뒤 엄마는 울었다고 했다. 나도 엄마의 몸 속에서 나와 크게 울었다고 했다. 우리는 같이 울었다고.
울음의 길이는 달랐지만, 같은 몸에서 만든 울음이었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못했다. 나를 낳아준 고마움에 대해 느낀 것은 내가 생각보다 내 힘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뒤였다.
그 이후 나는 엄마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입술 닳도록 하고 있다.
"엄마. 우리 사진이 없어."
나는 엄마를 옥상으로 불렀다.
그리고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를 보고 두근 거리지 않았지만 엄마의 매력은 나를 낳았다는 것. 그 행복에 마음에 설렜다.
나를 건강히 낳아준 사람과 옆에 섰다는 것.
그 사람도 아무렇지 않고 건강히 있다는 것.
고맙고도 감탄할 일이었다.
하늘 아래 행복한 순간이 지나간다.
나는 엄마의 손을 더 꼭 잡았다.
오래 오래 보고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