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현 Jun 17. 2016

이별을 지킬 수 없었다

나는 이별을 마치기로 했다.

                                                                                                                                                                             아끼고 사랑하는 어여쁜 것들이 산산조각나는 것은 큰 슬픔이었다.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깨지지 않고 고스란히 곁에 남아 있어줄 때 나는 안도의 안숨을 내쉬며 감사했다.


당신과 나와의 관계, 간직하고 싶은 인연, 잊고싶지 않은 추억, 녹아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눈사람, 부모님의 사랑. 등 없어지고 사라지면 불안한 것들이 오래 유지되길 바랐다.


그러나 시간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시계추가 한 바퀴 돌고 바람이 불고 달력이 몇 장 넘어가면 모든 것은 덧없게 원형을 잃은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두 팔을 벌려 어떻게든 아끼는 것을 지키고자 했으나 나는 나무에 묶여 있는 작은 새였다.

그러나 영원을 바라는 동안 나는 그 소중한 대상 곁에서 날아오를 수 없었다.


흐르는 구름을 막을 수 없었고 떨어지는 잎들을 물어 올 수 없었다.


눈사람이 녹고 관계가 틀어지고 다정한 얼굴들이 하나씩 잊혀지고, 꽃이 지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사이 나는 그 무엇도 내 뜻대로 할 수 없었다.


지나간다는 것. 사라진다는 것. 스쳐간다는 것.

아무리 아름다운 시간도 웃으며 인사를 해야 한다는 시간이 온다는 것.


나는 푸른 잎들이 노을을 만나 붉어지는 것을 오랫동안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다정한 얼굴들이 서서히 잊혀지고 소중한 것들과 작별하며 나는 그렇게 이별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짧은 꿈을 꾼 것처럼 내 곁을 지나간 모든 것이 아득한 시절이었다.


글 사진 이용현

매거진의 이전글 설레는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