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는 대한민국

나는 누구를 원망해야 되나. 한국은 누구를 위한 세상인가.

by 이용현


한 여대생이 연설을 하면서 울었다. 최순실과 박근혜 게이트를 꼬집는 국민보고대회였다.

학점 관리를 위해 도서관 안에서 밤을 새우는 여대생과, 무시무시한 엄마의 존재로 F학점도 B학점으로 만드는 특혜받은 여대생의 모습이 대조되었다.


권력을 이용해 특혜를 누리며 약자를 누르는 대한민국의 현 사회구조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권력을 쟁취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배 논리를 갖게 된다. 착하고 바른 것은 선이 아니며 악하고 남을 짓밟고 쟁취하는 것이 선으로 규정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에 따라 공부를 해서 옳은 선을 타더라도, 사회의 영향에 따라 지식은 부도덕한 쪽으로 변질된다.


그 예로 엄청나게 똑똑한 해안을 지녔음에도 권력이 막강한 사람은 수사하지 않는 검찰,(이정도 판을 지저분하게 벌렸으면 대통령은 마땅히 수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하지 않는다.) 그리고 물대포에 사망한 백남기 농민을 병사로 기록한 백선하 교수다.


"돈도 실력이다. 능력이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 라는 글을 남긴 최순실의 딸 정유라도 다르지 않다.

그는 많은 재산은 없어도 남한테 피해끼치지 않고 열심히 사는 많은 부모님을 나쁜 사람들로 만들어 버렸으며, 도덕은 저렴하고 물질만이 최우선이라는 물질만능주의의 논리 속에서 땀흘려 일하는 서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한참동안 눈을 껌벅이며 생각했다. 재산이라고 축적도 할 수 없는 지금, 나는 부모를 원망해야 되나.

최선을 다해 살고는 있으나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나는 어딘가 잘못된 불구 같았다.


대학교 시절, 알바를 한 번도 하지 않고서 생활한 동기가 있었다. 그는 부모가 따박따박 넣어주는 용돈으로 아무런 걱정없이 풍족하게 보냈다. 그러나 매일 같이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장학금을 타기 위해 코피 터지며 공부하는 친구들을 무시하진 않았다. 학생이라는 같은 신분으로서 자신이 번 돈이 아니기에 적어도 돈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건들진 않았다. 최소한의 예의는 있었다.


나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밤을 새워 한 푼 벌겠다고 알바하는 내 모습이 때로는 초라하기도 했지만, 후진 차를 타고 잘사는 친구네 집까지 찾아온 아버지가 조금은 창피하기도 했지만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을 뿐이지, 더 열심히 살면 나중에 우리도 잘 살거라는 기대를 품고 몇 년을 버텼다.


대한민국은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권력을 지니고 있으면 권력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죄를 덮었다. 파렴치한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비난하지 않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 오히려 돈없고 빽없으면 조용히 죽치고 바보처럼 사는 세상이 당연한 사회의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침묵했고, 나쁜 것을 보고도 소리내지 않았다. 다 그런 거라며 내 일이 아니면 신경쓰지 않았다. 적어도 나에겐 피해 오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나는 명백히 피해봤다. 당신도 피해자라면 피해자다. 그동안 방관한 그 대가, 국민을 개호구 개돼지로 인식하고 열심히 사는 우리 자신들의 존심에 폭탄을 던졌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고, 그에 마땅한 벌을 받고, 힘이 센 사람은 힘이 약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는 도덕 시간에 배운 도덕은 이 사회에 없었다.

수업 시간에 도덕을 배웠지만 도덕을 지킨 이들은 모두 웃음 거리가 되었다.

나에게 도덕을 가르친 선생님은 얼마나 좌절스러우실까.


기세를 몰아 2013년 간첩 조작사건으로 간첩이라는 프레임으로 공포를 조장하기도 했다. 검찰과 권력은 막대한 힘으로 힘없는 이들을 짓눌렀고, 자신의 신분상승을 위해서라면 약자들의 죽음 마저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런 논리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가진 생각, 즉 비굴하고 저질스럽게 살고 싶지 않으면 애초부터 잘 태어나던가. 라는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영화 '자백'>을 본다면 위의 문장은 더욱 쉽게 이해될 것이다. 어쩌면 그냥 돈 한 푼 없어도 이땅에 다치지 않고 숨 쉬며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눈물나게 감사해야되는 아이러니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특혜는 권력에 의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힘없는 약자, 열심히 노력했으나 모두의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동의 속에서 사용되어야 함에도 이땅에는 모든 좋은 특혜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 몹쓸 나라, 철학 하나 없는 대통령을 원망해야 하기는 커녕, 돈 없는 부모,거기에 가난을 되물려준 조상, 열심히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나를 탓해야 되는 말도 안되는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오래전부터 참아왔던 화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불쑥 불쑥 튀어 오른다.

서슴없이 욕을 내뱉고 거센 소리를 자꾸 발음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이상하고 한다. 정신이 어딘가 온전치 못하다고 한다.


한국사람이라는 국민으로 태어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국가에 살고 있으니 나는 이상해질 만도 하다.

jtbc손석희 앵커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손석희 " 힘없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힘있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뉴스. 그렇게 가겠습니다"


-전 노무현 대통령

"조선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 싸워 한 번도 권력을 바꾸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 지라도

권력이 싫어 하는 말을 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다. 패가 망신했다.


80년대 시위하다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게 활기넘치던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고만두거라. 너는 뒤로 빠져라.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화가 나는 세상이다.

언제쯤 저 두 사람의 말이 상식이 되는 세상 속에서 살 수 있을까.


그토록 입이 닳도록 듣고 듣던 민주주의는 깨끗하게 사라졌고, 씁쓸한 허무함만이 남았다.

최승자 시인의 말대로 개같은 가을이 쳐들어 왔다.

매독같은 가을인 것이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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