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토록 너에게 약한가
혼자가 되어 혼자를 사랑해본 사람들은 알지
시작이란 얼마나 두려운지.
누군가를 처음 사랑하게 될 때 빠지게 되는 설렘보다 사랑해서 잃게 될 것들을 먼저 생각하지.
사랑할 마음은 가득하나 용기가 비어 있는거지.
알고 있겠지. 아무리 짧게 자른 손톱도 시간이 가면 다짐처럼 무뎌지는 것을.
길어진 손톱으론 힘을 쓸 수가 없어.
우린 말을 다듬어야 해. 살아간다는 말.
사랑해야 한다는 말.
다듬지 않은 말들엔 녹이 슬 거야.
꽃밭에서 꽃이 자라듯 꿈도 사랑도 죄다 심어야 해
상처로 흔들려도 뽑히지 않을 뿌리들을.
외로운 방에서 외롭지 않다는 변명은 그만
서로의 입술에 서명을 하자.
사랑의 확약.
누구야로 불리는 이름을 습관처럼 호명하자.
우리들 안에선 봄 같은 사랑이 움틀 테지.
누군가를 좋아해봄. 사랑해봄. 그리워해봄.
그런 봄은 모두다 지나가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치사 같은
등을 업은 말들로 사랑을 품어 보는 거지.
지금 숨쉬고 있는 이 순간은 겨울이어도.
다시 또 혼자가 되어도.
사랑. 사랑. 사랑의 제곱근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일지라도
사랑, 사랑을 해봄. 그런 봄을 살아줘.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