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토록 너에게 약한가
호감이 가는 사람 앞에선 늘 말을 망치곤 했어요.
잘보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나의 말이 아니라
타인의 말, 책 속의 좋은 말, 어디서 듣곤 했던 말.
그런 말들을 빌려서 하려고 했지요.
나의 말이 아닌 남의 말을 썼기 때문에 결과는 뻔했습니다. 상대는 당황하거나 놀라거나. 멀어졌어요. 이게 연극이라면 처음부터라도 다시 대사를 다듬고 싶었어요.
머리를 쥐어 뜯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내 자신을 내 뜻대로 컨트롤도 못하는 감정의 초보자가 되고마는 현실.
어수룩한 태도를 고치려 했지만 쉽게 되지 않았어요. 상대가 떠나지 않았으면 했고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욕심이 앞서 늘상 감정의 선을 넘어서기 때문인 거죠.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건 어쩌면 당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설령 아닌 듯, 태연해도 애써 속으로 땀흘리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겁니다.
만인 앞에선 성숙한 어른처럼 보여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다소 서툰 사람인 겁니다.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