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아파서 사람이 돼라.

서른부근의 어느 멋진 날

by 이용현

나의 사인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열에 둘은 잔정이 남아 있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중에서>


사실 지난 한달간은 죽을 듯이 아팠다.

누워 있으면 속이 뒤집어져 하룻밤에도 서너 번 속을 게워내고 눈물을 닦았다.


푸른 새벽에 깨어 있는 건 별뿐만이 아니었다.

의식 속에서 모든 세포는 붉은 눈으로 날을 지샜다.


지방에 있는 어머니에겐 그간 꽃을 보내고 있었으므로 차마 아프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나보다 곁에 가까이 있는 꽃이 외로운 어머니의 마음을 지켜주길 바랐다.


심히 염려한 어머니가 어떤 사랑의 말을 먹인다 해도 내 뱃속엔 아무것도 먹일 것이 없었다.

사랑으로는 듣지 않을 몸이었다.


오랜만의 아픔이었다. 앓는다는 것. 아파서 병원에 자주 가다보니 의사와도 친분이 두터워졌고 약국엔 단골 손님이 되어버렸다.


이용현씨!를 호명할 때마다 나는 순종에 길들여진 착한 사람이 되었다.

아프지 않게 않게 해달라고, 나의 아픈 원인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아픈 뒤에야 사람은 꼭 착해진다.

사람이 나빠질 조짐을 보이면 아픔이 찾아와 사람다운 사람으로 되돌려 놓는다.


병원으로 가 진단을 받게 한다. 충격을 먹게 한다.

약국에서 약을 지어먹는 건 약이 아닌 반성이다.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몇 날과 병원에 출입하던 내 몸은 우울과 잘 어울렸으나

겸손한 자세로 몸을 추스린 이제는 앓던 병과도 이별 수속을 밟고 있다.


아픔을 저주하며 반성을 자주 지어먹었으니.

조금은 착해지지 않았나.


회복에 가까워진 몸은 내 귀에 대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살아 있을 적 더 아파라.

자주 아파서 사람이 돼라. 사람이 돼라.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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