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에 대한 사적인 그리움
나는 망가졌었다. 고등학교 시절 사귄 여자친구가 99일 째 되는 날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사랑에 가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날을 꼬박 샌 이른 아침 교복을 입고 학교가 아닌 그 친구의 집 근처로 찾아갔다.
결국 만나지 못하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 펑펑 울었다.
예고 편이 없는 이별이었다.
학생 주임이 나를 찾는다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끝내 갈 곳이 학교뿐이어서 버스에 올라탔는데 한 장에 210원씩 하던 10장의 뭉터기 차표 중 한 장을 떼어 갖고 아홉장을 냈다.
'병신.'!
하차 하고나서 손에 들린 한 장의 차표를 보며 말했던 단어였다.
교실에 도착해 발바닥을 얻어 맞았다.
"지금이 몇 시인데 이제 와 이새끼가!"
"여자친구랑 헤어졌는데요."
"발바닥 대."
속수무책.
그리고 서른, 새롭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다. 매우 착했던 그녀에게 나는 악마처럼 헤어짐을 통보하고 버스정류장에서 이별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나쁜 놈.
그 곳으로 다시 올 수 없냐 했지만 가지 않겠다고 했다. 못 간다고 했다.
다시 속수무책.
내가 아닌 그녀가 망가지고 있었다.
내 짧은 이별의 장면에서 둘 중 하나는 무너져야만 했다.
하긴, 이별이 사랑스럽다면 이별할 일이 없지.
둘 다 멋질 수는 없다.
한 쪽은 추해지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가끔 가장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는 이별 신은 무엇일까를 상상한다. 어떻게 하면 깔끔하고 젠틀한 끝맺음을 할 수 있을까.
어딘가는 비겁하고 야비한, 가슴을 않게 하는 통보의 이별 선고를 떠나 내가 알지 못하는 로맨틱한 이별이 존재한다면 그 방법을 알려줬으면.
만약, 당신이 알고 있다면.
그런 이별을 고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