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부근의 어느 멋진 날
퇴사자의 거울
1년 6개월의 기다림 끝에 카피라이터가 되고 야근이 잦아진 밤. 저녁 아홉 시가 넘어갈 무렵 책상 위에 놓여있는 거울속의 나를 보았다.
하얀 남방 차림으로 어딘가 건조하고 말라 있는 내 모습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카피라이터가 되었다는 성취감은 자존감을 월등히 치켜세웠지만 그 만족감을 제외한 나머지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무리 신입이라지만 박봉의 월급 속에서 보장되지 않는 칼퇴와 쓸쓸한 서울생활은 일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했다.
책상 위에 놓고 간 어느 퇴사자의 거울은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있는 나를 자꾸 들여다보게 했고, 카피 쓰는 일을 멈추고 거울을 보고 있으면 마치 '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니', 라며 떠나간 퇴사자가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거울을 피해 시선을 돌리고 다시 일로 돌아와도 결국 피하지 못한 채 나는 자꾸 내 모습에 걸려들었다.
나답게 산다는 것이 이런 모습일까.
내가 원하던 카피라이터는 이렇게 야근과 적은 박봉 속에서 자유를 참아내며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버텨야 하는 모습이었을까.
정작 야근 또한 쿨하게 받아들이며 밤샘에 자부심을 느끼는 직장인을 꿈꿔왔던 것일까.
시선을 피해도 작은 탁자 거울 속에 걸리는 맥빠진 얼굴은 퇴사를 결심하고 있었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그 후 직장생활 7년차나 되었지만 생각해보먼 어떻게 지금까지 나답지 못한 일들에 직면할 때 무슨 힘으로 나를 버텨오게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만족되지 않는 월급.
단순업무의 반복 속에서 이뤄지는 권태.
약점속에서 강점을 발휘해야 하는 업무상황.
타인과 약속을 해도 일 걱정이 반복되는 순간들. 정시 퇴근과는 멀어지며 끼니조차 거르는 일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직장생활이 다 똑같지. 누군가는 또 이렇게 살고 있겠지, 하며 위안삼지 않으므로 위로도 되지 않을 터.
이전 퇴사자가 놓고간 거울은 왜 그토록 나에게 말을 걸어왔던 것일까.
회사가 힘들게 하고 상사와 동료가 힘들게 하는 것은 참아낼 수 있다지만 나는 여전히 나를 참고 견디는 것에 가장 큰 힘겨움을 느낀다.
다른 동료의 거울 속에 최근 1.5kg나 빠진 내 모습이 또다시 들어온다. 무섭다. 위태로운 순간이다.
나는 서둘러 시선을 피해본다.
#밤 열한 시, 라면 하나를 끓인다. 햇반과 말아먹는 이 식사 한끼가 지나치게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