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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Sep 23. 2017

사람은 사람에게 약한 것이다.

마음이 옅어지고 있었던 결혼식 이야기

처음이었다. 태어나 타인의 결혼식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시큰했던 것은.

이런 일들은 그동안 경험해왔던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주와 이번 주는 달랐다.


특히나 주례없는 결혼식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쓰는 편지를 낭독할 때, 아버지가 신랑 신부에게 축시를 읊다가 울먹일 때면 나도 모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빼곡히 적힌 한 장의 편지에 신부의 어린시절을 읊어내는 아버지의 문장들은 사랑이었다.


아, 사랑하는 딸에게. 로 시작되는 첫 문장.


떨리는 소리로 마이크를 앞에 대고 차근차근 내뱉는 아버지의 편지 속에는 그녀를 사랑으로 키워낸 시간들이 보이고, 딸을 시집보내는 날 혼자 등 돌려 따박따박 썼을, 그러다 여러번 훔쳤을 눈물까지도 읽히는 것이다.


아버지는 끝내 울지 않지만 하얀 면사포가 젖도록 신부가 울려 할 때, 고개를 외면하며 눈물을 애써 참을 때 나도 그만 눈가가 뜨거워지고 말았다.


남의 사랑 앞에서 내가 울려하다니.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일 중에 하나가, 남의 결혼 앞에 지금의 나처럼 괜히 울컥거리는 것이었는데.

가을가을한 날씨 탓에 여려진 것도 있겠으나  내 마음이 독해지기보다는 옅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내 생활과는 무관한 타인의 결혼 앞에서

나는 울컥인다.

앞으로도 자주 그럴 조짐이다.


이야기가 담긴 사랑 앞에서는 약해진다.

비록 무관한 생이라도 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쓰고 가는 시간을. 그 안의 담긴 따뜻한 마음을 외면할 수 없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모습에 마음이 심쿵해지거나, 타인의 슬픈 일로 더 자신이 크게 슬퍼 우는 사람들은 오지랖이 넓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그 사랑의 온도가 대충 어떤 것인지를 짐작하고 있어서다.

눈물을 그렁그렁 할 만큼
끝내 사람은 사랑에 치명적이게 약한 것이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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