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엄마를 사랑할 때
나는 엄마의 결혼식에 가지 못했어.
엄마는 생에 단 한 번 의미 있는 결혼식 앞에 예쁜 신부가 되어 모처럼 화장도 하고 축하해 주러 온 친지들과 친구들 앞에서 순한 웃음을 보였을 텐데.
친한 친구들의 결혼식이 있을 때면 신부들처럼 예쁘게 서 있었을 엄마를 가끔씩 떠올려보곤 해.
렌즈 안으로 비치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 둘, 셋, 하고 신랑신부의 표정을 내 카메라에 담을 때면 늘 아쉬워.
내 손으로 부모님의 웨딩사진을 찍어준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어쩌면 내 생에 가장 의미 있는 사진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엄마가 결혼을 하던 날에 날씨는 어땠을까.
엄마 표정처럼 맑았을까. 혹은 바람이 불었을까.
가장 예쁜 날, 엄마는 나와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나는 온힘을 다해 박수를 쳤을 텐데.
결혼을 하기 전까지 상상도 못했겠지.
남편 하나를 만나는 동시에 또 다른 남자인 나를 만나게 될 거라고 추측이나 했을까.
어느날 밤, 엄마는 내 옆에 누워 말했지.
내게 와줘서 고맙다고.
다시 태어나도 날 만났으면 좋겠다고.
비록 대답을 아꼈지만 나도 같은 마음이었어.
나도 엄마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착하빠지다 못해 순한 사람.
울음도 많고 여린 사람.
당신은 어디서든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이 가장 예뻤던 날,
그리고 평생 가장 예쁜 날이기도 했던 당신의 결혼식에 가지 못해 미안해.
축의금 대신 꽃을 보낼게.
오늘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환해졌으면 좋겠다.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