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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Nov 05. 2017

헐거운 엄마의 통장

다시, 엄마를 사랑할 때

엄마는 밖으로 울지 않고 안으로 울고 있었다.


이마에 손을 대고 누워 있거나 등을 돌리고 앞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때는 분명 답답한 울분이 그녀에게 일어난 것이다.


그 울분에 속한 대부분의 문제는 생계가 쪼달리는, 돈 없음에 대한 자기 자신의 무기력에서 오는 것만 같았다.


몸이 좋지 않아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금전 지출의 압박이 조여올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 앞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저렇게 어쩔 수 없이 토라져 우는 것일 뿐.


나는 그때 엄마 명의로 된 통장에 자신이 모아놓은 돈이 백 만원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엄마의 통장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새벽이 넘도록 쉽게 잠들지 못하고 그녀가 뒤척일 때면 그녀는 지금 헐거워진 통장 앞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이다.


술도 담배도 못하는 그녀는 답답함 앞에서 계속 저렇게 혼자 뒤척이기만 한다.

나는 눈을 감고 잠든 척하며 오랫동안 그녀가 뒤척이는 횟수를 하나 둘 셈하기만 하면서

우리 엄마가 아닌, 다른 엄마의 통장엔 얼마가 들어있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글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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