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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Feb 04. 2018

나는 당신이 싫다고 했다

다시, 엄마를 사랑할 때

엄마가 싫다고 했다.


유독 이상하게 기쁜 마음으로

오랜만에 전화를 넣으면 엄마는 술에 취해 있었다.


정작 나는 술을 마시고 마음대로 살면서

엄마는 왠지 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나. 하는 이기적인 생각에 소리를 자주 지르기도 했다.


비록 나는 흔들려도

엄마는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그래야 내가 기댈 수 있을 것만 같아

오직 내 입장만 생각한 못된 마음이었다.


나는 술 취한 엄마가 싫다니까?

싫다고. 싫다고!

볼륨을 높혀 나는 있는 힘껏 자주 화를 냈고

엄마는 끝내 우는 일이 잦았다.


또, 반복된 패턴 속에서 싸우고 있는 엄마와 나를 볼 때면 사랑하는 연인들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움을 할 때처럼 감정 소모가 많았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영영 헤어지고도 싶었지만 우는 엄마의, 일그러진 모습을 볼 때면 나는 다시 또 엄마를 쉽게 떠날 수 없는 약한 마음에 제자리였다.


그럼에도 나는 또 엄마가 싫다고!를

연발하며 가슴에 폭탄을 자주 던지는 것이다.


엄마가 싫다는 말이 그녀에겐 큰 상처였을 것이다.


자신의 몸 속에서 나온 아들이 다 큰 뒤에

눈 앞에서 뱉고 있는 문장이

엄.마.가 싫.다.니.


그 말은 차마 하지 말았어야 했다.

조금 참았어야 했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러는 나를 보며 괴로워한다.


아주 가깝다고, 가까운 사람이라고

상처를 몰아주며 사는 건 아닌가 싶어.

때로는 그렇게 상심한다.


갱년기까지 앓는 엄마는 혼자 또 뒤돌아 울겠지.


그녀와의 사랑이 오래가려면 단점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그 사람의 단점도 사랑의 범주로 넣어야 할 텐데.

차마 술을 마시는 게 걱정이 된다는 말대신 술마시는 엄마가 싫다고. 무식하게 연발하는 나는 뒤돌아 후회한다. 속상해한다.


아,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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