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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May 29. 2018

엄마에게 다시 보내는 꽃배달

다시, 엄마를 사랑할 때 

수화기로 넘어오는 엄마의 목소리는 어딘가 축 시든 꽃처럼 처져있었다. 돈 문제인가 싶기도하고. 뜻대로 잘 안되는 자신의 인생때문인가 싶기도 추측하면서 으레 짐작할 뿐이었다. 


한 때 엄마에게 정기적으로 꽃을 보냈었다. 갱년기로 마음이 하루에도 왔다갔다 하는 그녀의 변덕에 어쩔 줄을 몰라 했으면서도 내심 그녀의 기분을 이해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다. 

그러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그녀의 마음이 한결 좋아질까 싶어 꽃구독을 신청하고 2주마다 꽃을 보냈다. 


엄마는 꽃이 도착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 오늘도 꽃이 왔다고. 집 안이, 엄마 마음이 환해졌다고 좋아했었다.

맨처음 꽃을 보냈을 때 다짜고짜 전화해서 이게 무슨 꽃이냐, 잘못 온 것 같다며 이야기할 땐 아주 귀여웠다.


손가락을 꼽아보니 집에 내려가지 못한 지 석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가끔 집에 내려가 한 줄씩 더 그어진 그녀의 주름을 볼 때면 무상함을 떠올리며 잘해주고 싶은 마음만 가득안고 올라왔는데... 그 얼굴을 본 텀이 길어지고 있으니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 또한 옅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딘가 시무룩한, 그녀의 시든 목소리를 활짝 키워올리기 위해 그녀에게 꽃을 보내기로 한다.

나대신 꽃이 가서 더욱 그녀의 마음을 환하게 해주리라 내심 기대해주면서.


이번주엔 꼭 내려간다고 선전포고를 했는데 꽃보다 안반겨 주면 어쩌나 싶은 것이 내심 걱정되는 건 뭔지.

엄마. 꽃이 아니라 내가 왔다고!  


어디서나 하루하루 생기있게 엄마가 행복하길. 

나를 낳아준 그녀가 언제나 늘 밝고 씩씩하길.




글 사진 이용현 


엄마는 꽃을 받으면 화병에 꽂아 오늘도 꽃이 왔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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