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엄마를 사랑할 때
엄마의 마음을 다치게 해 본 적이 있나요? 라는 질문을 일기장에 쓰고 대답해보았다.
"네."
대답은 간결하게 끝났다.
그렇다면 언제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서른다섯이 되는 동안 은연중에 뱉었던 말들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행동보다는 말. 일상속에서 밥만 차리는 그녀를 당연히 여기고 간혹 엄마를 이런 것도 모르냐고 어딘가 무지하다는 투로 무시했던 내 말들이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느닷없이 엄마에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 물었다.
"엄마, 나 때문에 상처 받은 적 있어?
혹 내 말 때문에."
엄마의 대답은 간결하고 단호했다.
"아니."
한번더 재차 물었지만 아니라고 했다.
나는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없다고 하는 그녀.
"마음 다친 적 없다니까."
엄마는 한 때 바다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바다가 왜 바다인지 알아?모든 걸 다 받아주니까!
바다 앞에 가 봐라. 어떤 말을 말없이 해도 다 받아주잖니. 그리고 스스로 씻겨 내려간다.
그래서 바다야."
그녀의 삶에 있어서 나 때문에 상처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하는 엄마.
나는 분명 마음을 다치게 했는데 다친 적이 없는 엄마.
나는 생각한다.
엄마는 내가 던진 모진 말을 바다처럼 받아주고 나에게 받은 상처를 스스로 씻어 보냈음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제 자식 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관대했음을.
엄마는 내 모든 걸 다 받아주는 바다였음을.
그런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글 사진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