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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Jun 13. 2018

엄마는 바다의 또다른 이름

다시, 엄마를 사랑할 때


엄마의 마음을 다치게 해 본 적이 있나요? 라는 질문을 일기장에 쓰고 대답해보았다.

"네."

대답은 간결하게 끝났다.


그렇다면 언제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서른다섯이 되는 동안 은연중에 뱉었던 말들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행동보다는 말. 일상속에서 밥만 차리는 그녀를 당연히 여기고 간혹  엄마를 이런 것도 모르냐고 어딘가 무지하다는 투로 무시했던 내 말들이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느닷없이 엄마에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 물었다.

"엄마, 나 때문에 상처 받은 적 있어?

혹 내 말 때문에."


엄마의 대답은 간결하고 단호했다.


"아니."


한번더 재차 물었지만 아니라고 했다.

나는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없다고 하는 그녀.


"마음 다친 적 없다니까."


엄마는 한 때 바다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바다가 왜 바다인지 알아?모든 걸 다 받아주니까!

바다 앞에 가 봐라. 어떤 말을 말없이 해도 다 받아주잖니. 그리고 스스로 씻겨 내려간다.

그래서 바다야."


그녀의 삶에 있어서 나 때문에 상처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하는 엄마.

나는 분명 마음을 다치게 했는데 다친 적이 없는 엄마.


나는 생각한다.
엄마는 내가 던진  모진 말을  바다처럼 받아주고 나에게 받은 상처를 스스로 씻어 보냈음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제 자식 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관대했음을.

엄마는 내 모든 걸 다 받아주는 바다였음을.

그런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글 사진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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