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사랑할 때
5일을 일하고 2일을 쉬는 주말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주말은 그간 미뤄놨던 약속을 잡고, 쌓아놨던 책을 읽고 보지 못한 영화를 보기도 하면서 평일에 할 수 없었던 일을 채워 넣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론 누군가에겐 5일간 쌓인 빨래통을 비우고 이불과 먼지를 털고 청소를 하며 오히려 약속을 줄이고 자신의 삶을 비워내는 날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고 살림을 차린 친구들은 오늘도 여전히 집안에 잡동사니와 가구를 들이고 냉장고를 채워넣 기에 바쁜데 Solo life에 가까운 내 삶에는 오히려 채워 넣는 행위보다 비워내는 행위들이 수반된다.
-냉장고 비우기
한때 엄마가 보내준 반찬이며 건강식품들은 일주일이 넘도록 열지도 않은 냉장고에 처박혀 늘 음식물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먹겠다고 다짐하나 입을 대기엔 많은 양으로 늘 차고 넘친다. 마트에서 사온 과일 또한 과분한 나머지 늘 썩고 마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냉장고에 어떤 것도 채워 넣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엄마의 반찬을 마다했다. 근 2년간 엄마의 반찬을 받은 일이 없다. 먹고 남은 잔반을 처리하는 것보다 편의점에서 알맞게 나온 1인분의 도시락이 내 삶의 편의성에는 더욱 알맞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이후 애초부터 냉장고를 채우지 않아 비우는 수고를 덜게 됨으로 인해 얻게 되는 행복은 나름 꽤 괜찮았다.
-외로움 비우기
거리엔 남녀가 서로 데이트를 하고 있으므로 저들의 사랑은 또 주말마다 알콩달콩 하게 채워지겠지만 주말을 혼자 걷게 되는 날에는 나는 나의 외로움을 비운다고 생각했다.
평일 동안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원치 않게 받는 스트레스는 멘탈을 힘들게 했다.
월화수목금이 이어지도록 계속되는 그런 일상에는 반드시 쉬어가는 날이 필요했다. 몸은 월요일에 있었는데 마음은 이미 늘 불금에 있었다. 불금은 평일을 끊어내고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충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오는 기막힌 타이밍!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위로가 되는 때가 있는데 그것은 사람과의 거리를 둠으로써 그간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외로움을 모조리 쏟아버릴 수 있어서다.
모두가 함께 일 때, 누군가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거리감은 외로움을 만들기도 하지만, 주말에 혼자 보내는 일은 오히려 누군가로부터 떨어져 있을 수 있어서 스트레스를 비우고 마음까지 홀가분해지는 장점도 있다.
-체중 비우기
토요일 오후, 눈썹을 잘라내고 머리카락을 잘라내면 0.001g이라도 체중이 줄어들었겠다. 생각한다.
거울 속의 모습은 점점 늙어가고 있지만 말끔하게 단정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딘가 개운하다.
따뜻한 물로 샤워까지 마친 밤은 개운하기를 넘어서 따뜻하다. 이불 속, 침대 위에 누워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오늘 가벼워진 것 같다.
토요일인 오늘, 나는 살기 위해 혼밥으로 뱃속을 채워 넣은 것외에 대부분을 비웠다. 사람과의 약속 시간을 비웠고 냉장고를 비웠고, 쓰레기를 비웠고, 체중을 비웠고 방에 있는 쓸모없는 것들을 비우 비웠다.
다시 돌아올 평일은 채워질 것으로 이미 가득하다. 약속도 있고 계획된 일정도 있다. 월화수목금을 더욱 알차게 채워 넣으려면 주말을 더욱 가뿐히 비워야만 한다.
주말에 혼자인 사람은 그간 무거웠던 무언가를 비워내는 중.
다음 주의 균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중.
너무나 독립된, 독보적인 주말은 그래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주말이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