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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Nov 26. 2019

우리는 서로의 슬픔을 숨긴 채 들어왔다

가족이라고 해서 각자의 슬픔을 가깝게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가까운 나머지 서로를 지켜주기 위한 방법으로 개인이 지니고 있는 상처와 슬픔을 숨기기도 한다.


젊은 날의 엄마 역시 그랬고 같이 살던 시절의 나마저도 마찬가지였다.


아침부터 밖으로 나가 다른 시간을 사는 동안 우리는 별별일을 겪으면서도 기쁜 일은 서로가 나누었지만 좋지 않은 일은 숨겼다.


친구와 다투거나 혹은 혼자가 되어버린 느낌일 때 그 감정을 모두 엄마에게 일러바치지 않았듯, 엄마 역시나 구겨진 얼굴로 시시콜콜한 잔소리나 할 뿐, 혹여나 속상했을 자신의 일상을 다 털어놓진 않았다


혹 자신으로 인해 걱정을 끼쳐 더 큰 아픔을 줄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엄마는 아들인 나를 위해, 나는 엄마를 위해 그냥 그런듯 괜찮은 척 했고 대신 나쁜 이야기보다 좋은 이야기를 나눠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는 동안 각자의 상처들 아물었을지도 모른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서로가 말 못 할 상처는 눈감아주며 다른 힘으로 위로해주는 일이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에 치여 비틀거리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치여 다치곤 했던 우리였지만, 우리는 가끔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숨긴 채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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