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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Dec 14. 2019

내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어느햇살좋은날

박화요비의 노래를 종일 들으며 그늘을 피해 햇볕이 있는 길을 오래도록 따라 걸었다. 피부에 햇살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노화를 감수하고 따뜻한 빛이 그리웠다.


이 순간도 결국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겠지, 하니 나는 햇볕을 피할 수 없었다. 얼굴에 스미는 이 빛들. 나는 누군가를 이토록 곁에서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생각하고 생각했다.


살아서 한 번뿐인, 그토록 아름답게 저무는 것들을 자주 기억하 살고 싶다.


12월, 노을, 죽음, 저녁, 모두 다 저무는 일과 닿아있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탄식하면서도 자연의 섭리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감사나 느낄 줄 아는 것. 그것이면 충분한 것이다.


햇살을 따라 걷는다. 이 눈부신 햇살 아래 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는 날임을 잊지 않는다.

내가 아직 있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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