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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May 31. 2020

엄마가 사진을 보내왔다

다시, 엄마를 사랑할 때

카톡이 연거푸 울렸다.

마지막에 알림이 떴다 사라진 글자는 엄마였다.
산에 갔다가 예뻐서 찍었다. 이 행복 다 받아라.


여전히 엄마는 건재하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먼저인 사람인 듯, 멀리서도 제일 먼저 나를 떠올리고 좋은 것을 보았을 때 이렇게 연락을 해온다.


시간이 지나도 나는 엄마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자식을 한없이 응원하고 애정 하며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언젠가 같이 있는 집에서 엄마가 코피를 흘렸을 때, 나는 몹시도 그녀를 걱정했었다.
헌데 화장실로 가서 이내 코피를 다 쏟고 와서 한다는 말이 말문을 막았다.


 "나쁜 일이 다 밖으로 빠져나온 거야. 걱정 안 해도 돼. 좋은 일이야."


스물여섯 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들어간 직장을 6개월 만에 퇴사하고 카피라이터가 되겠다며 구직을 한지도 1년 6개월이 되던 해. 아버지의 돈 문제로 집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내 자신이 답답하고 한심해서 집에만 있으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왔다.

미국에 나가서 돈을 벌겠다고 불법 비자도 받아놓고 가냐, 마느냐를 결정할 때 방에 틀어 박혀 있는 나를 엄마가 밖으로 불렀다.


"아들, 저기 비 맞는 나무 보이지.
작은 나무도 있고 큰 나무도 있잖아.
같은 비가 내리는데 작은 나무는 비를 적게 맞고 큰 나무는 비를 더 많이 맞아.
너도 더 큰 나무 되려고 많은 시련 겪고 있는 거야.

잘 될 거야."


문장이 끝난 짧은 그 몇 초만에 눈물이 솟구쳐 흘렀다.

한 달 후, 결국 나는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엄마가 그간 내게 보여주었던 긍정적인 태도와 말들은 힘이 셌다.
이따금 정신이 나약해 빠져서 갈대처럼 흔들릴 때 엄마는 늘 나를 바로 세웠다.
어느 채찍 없이 그저 좋은 말들로만 말이다.

나는 엄마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녀가 보낸 사진들을 바라보며 모든 게 꽃 같은 시절이구나, 참 행복한 날들이구나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날이 내게 터벅터벅 지나간다.

#엄마라고부르고사랑한다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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