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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Jun 04. 2020

안녕, 나의 싸이월드


오늘로써 싸이월드가 문을 닫았다. 예고 없는 통보였다. 며칠 전부터 근 3일 동안 싸이월드 박지인을 인터넷 창에 검색하고 밤마다 싸이월드 박지인의 글을 읽었다.


2004년부터 호황기를 누리던 싸이월드는 미디어의 트렌드를 이끌었고 그 시대에 살던 이들은 미니홈피를 통해 개인의 자아를 드러내곤 했다.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BGM,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스킨, 미니룸, 자신의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사진첩은 각각의 고유한 인격체였고 분신이었다.

사촌보다 가까웠다던 일촌은 방명록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비밀까지 남기면서 한 시대를 살아갔다.

이때 접한 일촌 중에 즐겨 읽던 한 여자의 이름이 박지인. 본 적도 없고 만난 적 없는 한 사람의 글을 몇 년간 읽어가며 나의 삶을 엿보았고 위안을 얻었다.


그 여자의 감성이 좋았고 노래들이 좋았으며 사람들이 남긴 몇 년 전의 댓글을 다시 읽는 것이 새로웠다.

오늘도 글을 보려 검색을 하는데 알고 보니 싸이월드 사실상 폐업, 이라는 뉴스가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쉬움이 만연하면서도 며칠 내내 그녀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마음을 오늘로서 이렇게 전한다.


회사에서 언젠가 느닷없이 이용현 씨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회사의 일인가 싶어 그런가 보다 했는데 한 때 나의 글을 자주 읽었다는, 그리고 우리가 일촌이었다는 말을 남기며 아는 체를 했다.

회사에서 긴가민가 했는데 얼굴이 남아있어서 혹시나 여쭤보았다고.
세상이 좁다하지만 이리 좁을 수 있나 싶고, 혹 나를 알고 있다는 마음에 모든 근육들이 후끈거렸다.

그날그날의 감정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위로가 되었다는 것에 한없이 감사하면서도 여전히도 덜 성숙한 인간인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럽다.

여하간 내가 싸이월드 박지인에게 위안을 얻었듯이 나는 내 감정의 발산을 통해 컨텐츠를 제공하던 사람. 누군가에겐 기억되는 싸이월드 이용현이었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홈피를 거쳐갔고 좋은 말들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울지마, 당신 끝에도 나는 내 글을 읽어준 미니홈피의 일촌들에게도 감사하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싸이월드 이용현.
이제 그 페이지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추억을 더이상 소환하는 일이 불가해졌다.

나는 건재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힘으로.
반평도 안 되는 그 공간에서
좋은 시간을 채우며 살았다.

따뜻한 힘을 수 없이 얻었다.

안녕, 싸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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