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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May 19. 2020

5.18을 추모하며

나의 고통일 수도 있었던 일

5.18을 추모하며

빛 좋은 태양이 넘실대는 5월.
젊은 청년 하나가
아스팔트 위에 푸른 목숨 내놓고
꽃을 팔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고단했는지
꾸벅꾸벅 꽃잠을 자기도 한다. '오늘은 희망을 피우세요.'
꽃들 앞에 쓰인 광고 문구 앞에
잠에 취한 그는 곧 한쪽으로 기울어져
쓰러질 것만 같다.

그때 쾅하고, 어디선가 울리는 소리에
청년은 놀라 취한 잠에서 깨어난다
길바닥은 울음처럼 들썩인다.

놀란 꽃들이 낮게 엎드려 포복, 포복!

비명소리가 줄기처럼 늘어날 때마다
꽃들은 눈물도 없이
제 자리에서
맥없이 시들어갈 뿐이다.

군홧발 날아오고 무슨 말이 오고 갔을까.
청년들은 어느덧
납작하게 짓눌려있다.

날씨는 여전히 좋은 5월.
탕, 하고 울리는 신호에
누군가는 웃고 있을 때

바닥에 누운 청년들은
이건 아직 깨지 않은 꿈일 거야.
나의 꽃잠일 거야. 하며
되뇐다. 되뇐다.

꽃잠.
시 이용현


5.18.
권력에 무참히 희생당한 시민을 위한 추모.
친구, 혹은 부모,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었던 그러나 나는 아니어서 다행이라 위무하면서도 숨을 쉬는 이따금 서글프게 아픈 역사.
1980년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과거. 이건 나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며 자신 있게 말해볼 수 있나. 저마다 소중한 목숨들이 한순간에 바람처럼 날아갔던 순간.  나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다행이다. 위안하기엔 어딘가 심히 부끄러운 면이 있다.

100억 가까이 동산들을 소유하며 잘 살고 있는 전두환의 세력들과, 28만 원 밖에 없다는 전두환에게도 이 시를 바친다.
우리나라는 늘 그래 왔지. 가해자는 있는데 책임자는 없는. 아무리 이 나라의 피가 한으로 뭉쳐진 곳이라 해도 광주 시민들의 한을 풀기엔 너무나도 골이 깊다.


가해자들의 무리가 어쩜 그리 떳떳하고 당당하게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지. 이건 어딘가 잘못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바야흐로 2020년. 40년 동안이나 곪아 터지고 있는 이 설움들을 풀어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5.18은 계속해서 슬프게 온다.


국민을 괴한으로 몰고 권력의 쟁탈을 위해 밀어버린 그 악마들의 웃음을 없던 일로 하기엔 너무나 있는 일이어서.
5월은 아프다. 아픈 계절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5월은추모의달#대한민국#518##역사#침묵하는나라#518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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