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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Jan 16. 2022

이사를 하며 든 잡문의 생각들

잡문 

얼마전 7년동안 살았던 옥탑을 벗어나 이사를 했다.

캐리어 두개와 책 몇권을 가지고 올라왔던 서울 살이. 짐을 챙기며 수많은 잡동사니와 옷가지들이 늘었는지 집을 떠나갈 때가 되자 처음 가지고 왔던 캐리어 두개 만으로는 떠날 수 없게 되었다.


일주일간 짐 정리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필요 없는 것들을 버렸다. 

버리고 또 버렸다. 비록 정이 들었을 지라도 오랫동안 욕망으로 점철된 사물들, 연이 닿지 않은 사물들과의 이별을 시작한 것이다. 


새집으로 떠나기 시작할 무렵, 짐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맨처음 아무것도 없는 텅빈 방에 들어섰을 때와 같은 모양으로 헌집은 제모습을 찾아갔다. 


며칠은 설렜고 며칠은 아팠다. 

아픈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내 몸 하나에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세상을 잘 살다가 언젠가 내가 죽게 될 때,  그 때는 내가 아닌 타인이 내 짐을 정리하게  될 것인데 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람에게 많은 부담을 지우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까닭에 마음 한 구석이 서걱거렸다. 


늘 생각한다. 

항상 여행하는 마음으로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는 것들을 구분하고 최소한으로 짐으로 살아가는 훈련을 하자고. 


이토록 내가 가벼워질 수 있는 건 처음부터 많은 물질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을 뿐더러 역시나 지금도 과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미천한 살림을 어느 누구는 부끄러워할지라도 어느 누구는 그런 살림이 부럽기도 하다


-

새로운 집은 깔끔하고 세련되서 좋다. 벌레도 없고 세탁기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좋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불필요한 것들은 계속해서 갖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갖지 않는 것이 나와, 환경을 더 이롭게 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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