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방

by 이용현

여행자의 방



개인 호텔이 아닌 여러 명과 함께 방을 쓰는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 땐 많은 것들이 섞인다.


저마다 다른 얼굴들이 섞이고, 언어가 섞이고 냄새가 섞인다.

같은 공간인데도 거실 개념이 없어 신발을 신고 다니는 이부터 반대로 신발을 벗고 다니는 이. 샤워를 하고도 수건만 걸친 채 알몸으로 오가는 이들과 말끔하게 옷을 입고 나오는 이들의 문화가 한 공간에서 섞이면 종합 선물 세트가 따로 없는 것이다.


음식을 해먹을 때도 특이한 냄새들이 진동하며 공기 중에 섞이고

나이가, 성별이, 빠질 것 없는 모든 것들이 섞여 논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섞이는 동안 내 취항과는 다른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왠지 모를 불편함에 빠질 때 여행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여행은 편리했던 내 일상에 불편함을 섞는 일.

일상에서 당연했던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한데 뒤섞여 낯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제대로 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잠을 자야 하는데 맞은편 침대에 누운 여행자가 심히 코를 골기 시작한다.

오늘, 편하게 잘 수 있을까. 저 사람을 흔들어 깨워야 할까. 말아야 할까. 벌써부터 불편함을 겪고 있는 걸 보니 내가 떠나오긴 떠나온 모양이다.

그를 흔들어 깨우려다가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그래, 이곳은 내 방인 아닌 지구를 날아 떠나온 여행자의 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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