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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여행 중입니다
오늘도 불편한 이코노미석에 탔다
by
이용현
May 20. 2022
오늘도 무릎 하나 정도의 공간이 비는 좁은 이코노미석에 탔다.
페루 리마까지 날아가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23시간.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비행기에서 보내야 하는 여정이다.
이코노미석에 앉아 긴 비행을 하는 일은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그러나 불행은 아니다. 나는 줄곧 불편한 것과 불행한 것 사이에서 흔들려왔다. 가령 좁은 방에 누워 생활하는 일이 이어질 때, 그 불편함을 불행한 것으로 가장하고 잠을 잘 때마다 스스로를 괴롭혔던 적도 있었다.
스스로를 못나도록 대하는 처지를 돌아보며 창피했다. 무엇보다 불행의 원인을 나 자신이 아닌 밖에서 찾으면서, 나는 멀쩡한데 세상이 나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린 적도 많았다.
끝끝내 여러 나라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불편과 불행을 대하는 삶의 태도를 고쳐먹었다.
세상은 나에게 대답해주고 있었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불편한 것과 불행한 것은 서로 다른 방향에 있다.
불편은 환경이 바뀌면 벗어날 수 있지만, 불행은 환경이 바뀌어도 내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영영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어디서나 불편한 것과 불행한 것을 쉽게 구분하고 잘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눈앞에 다가오는 불편한 상황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며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순응하며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는 것. 불행은 엄연히 불편한 것과 다르다며 함부로 불행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이코노미석에 앉아 생각한 다짐이다.
띵동- 하고 좌석벨트 등이 꺼졌다.
이코노미석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
머지않아 찾아올 자유를 상상하며 불편함을 견딘다.
편안한 여정은 아니지만 나에겐 이코노미석의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담요를 끌어 덮으며 긴 비행을 준비한다.
당신에게도 불편을 견디는 일이 수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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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사랑령> 출간작가
2016 「울지마,당신」 2021 「나는 왜 이토록 너에게 약한가」 2025「사랑령」출간. 이토록 소중한 삶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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