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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현 Dec 03. 2022

편지합니다

대학을 떠나고

어제는 근 7년 만에 신춘문예에 응모하고 왔습니다.
성급한 일이었으나 잠자고 있던 도전 의식이 무의식을 깨워 아주 오랜만에 시를 쓰게 했습니다.


시는 얼마 전 이태원 참사를 앞세워 3편을 보냈습니다.
한 편은 이태원 사건, 한 편은 지하철에서 만난 소외된 이웃에 대하여, 한 편은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시를 보냈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종이 위에 시를 썼다는 것에 의미를 두겠습니다.


그중 좋은 한 문장은 어디론가 흘러 가 닿을 것입니다.  따듯하고 위로할 수 있고 사람들을 위한 시들입니다.
 
신춘문예를 서둘러 접수하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 밀린 일을 하고 나니 밤 열한 시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 노래 한 곡을 틀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곡인데 제목은  Tomorrow is my turn이라는 곡입니다.
nina simone라는 흑인 외국가수가 불렀는데 가사만큼이나 간절한 음색이 마음을 울리는 곡입니다.
내일은 나의 차례라는 뜻이지요.

선생님을 처음 만난 스무 살 때에 비해  제가 지금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삶을 언제나 긍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물여섯, 대학을 떠날 때도 국문과 선후배들은 저를 두고 불안해했습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술을 허구한 날  마시질 않나, 여기저기 백일장을 나간다고 하질 않나, 인생이 무엇이냐. 삶이, 사랑이 무엇이냐 고민하고 물어보질 않나. 왜 이별하는 사랑하는 수업은 없냐 그러고. 여간 귀찮기도 하고 엉뚱했을 것입니다.

졸업을 하고도 늘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온 것도 사실입니다.
책을 쓰고 여행을 하고 사진을 찍고 모든 것은 돈과 연관되지 않았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닌 돈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여권에 더이상 도장을 찍을 수 없어 여권을 바꿨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경험을 쌓는 일로 삶의 전반을 보냈습니다. 후회하냐는 질문에는 단연코 후회는 없습니다.
그것마저도 제 삶인 까닭이겠지요.

저는 운이 좋습니다.
하루하루씩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좋은 사람들은 또 좋은 사람들을 데려오고.
저에게 많은 영감과 자극을 주고 자아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고 여전히도 그렇습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좋은 말들과 방향성으로 중심을 잡아주었듯 저 또한 사람에게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
시절들입니다.

내일은 나의 차례. 언젠가 한 번쯤은 나의 턴. 나의 차례가 오겠지요.
혹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일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나의 기회라 여기며.
최선을 다해 살아내겠습니다.

겨울이 문턱까지 다 왔습니다.
희고 창백한 겨울이 꽤 마음에 듭니다. 추위 속에서 우리는 온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고 있는 모든 일이 움추렸다가 봄에 피어나길 기대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였습니다.


질릴만도 한 문장이지만,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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