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관한 기록
엄마가 걷는 길을 함께 걸었다.
저기까지 쭉 걷다가 온다.
너 없을 때 혼자 운동하는 길이야.
엄마는 반짝이는 촌스러운 운동복을 입고 맨발로 운동화를 신었다.
옷 어디서 샀어?
운동복이 너무 촌스러워서, 행여나 말하면 다시는 입지 않을 것 같아서 참을까 했지만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말을 뱉었다.
다른 사람들이 엄마의 운동복을 입고 웃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꺼낸 이야기였다.
엄마를 창피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유독 오늘따라 바짝 마른 몸에 붙은 반짝이 운동복이 눈에 거슬렸다.
'정말 동네 아줌마 같아. 내가 싫어하는.'
이라는 말을 목까지 올렸다가 내려 놓았다.
"엄마 친구네서 샀지. 장사 안 된다고 해서."
"왜 장사가 안 되는지 알겠네."
"뭐가?"
내 말에 둔감한 엄마는 다시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항상 이 길로 다녀? 밝은 데로 다녀야지 왜 이런 데로 다녀. 위험하다니까.
뭐가 위험해. 하나도 안 위험해.
위험하다니까!
나는 흥분한 목소리로 화를 내고 말았다.
아무렇게 구겨신은 운동화, 촌스러운 운동복, 그리고 밥도 먹지 않은 엄마, 내가 서울에 있을 때마다 매일 같이 혼자서 걷는다는 이 길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구질구질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생활, 그러나 긍정적이고 태연하며 태평한 엄마의 모습이 오늘 따라 밉게만 느껴졌다.
나 커피숍 갔다갈게. 여기서 돌아가.
벌써?
두 바퀴나 돌았잖아.
가서 세수하고 마사지 좀 해. 로션좀 바르고 다니라니까!
나는 또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왜 소리를 질러!
가, 나 커피숍 갈 거니까.
나는 엄마를 혼자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저만치서 뒤뚱이며 걷는 엄마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는 나 없을 때 걷는다는 길을 다시 걷는다.
엄마가 점점 작아지는 게, 늙어가는 게 그리고 점점 거울을 보며 가꾸는 여자로부터 멀어지는 게 싫다.
남들처럼 좋은 입도 입고 자신도 꾸미고 했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늘 구닥다리처럼 패션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그녀는 자신을 꾸미는 일보다 살림을 하는 일에, 내가 잘 되길 바라며 기도를 하는 일에 그리고 착한 소녀처럼 가끔 아프고 울고 혼자 꽃을 키우고 책을 보는 일에 가까워졌다. 그런 엄마가 싫지는 않았지만 반짝이 운동복을 입고서도 이쁘지 않나며 너무나 순박한 엄마가 오늘 따라 밉게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는 또 혼자서 책상 위에 앉아 지난 번 사왔던 어려운 책을 읽고 있었다.
보면 알아? 나는 또 빈정거리는 투로 말을 쐈다.
엄마 무시하니? 하나씩 보면서 새기는 거지.
너 엄마 무시하지 마라.
오늘은 엄마와의 마음이 자꾸 어긋난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정말 싫은 것처럼 상처를 주고 있다.
사랑하는 만큼 미워지는 엄마다. 미워지는 만큼 또 사랑해서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픈 엄마다.
엄마는 왜 그토록 내 눈에 약하고 작기만한 걸까.
가끔은 이렇게 화를 낸다.
그녀의 엄마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도 모르고. 더이상 기댈 곳이 없다는 것도 모른 채 나는 벌처럼 쏘아대는 자식이 되고 만다.
#엄마에 관한 기록#감성에세이